[나눔이 있는 ‘명약’] 녹십자, 약으로 채울수 없는 자리 사회봉사로 완치 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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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사회봉사단이 저소득층 가정을 방문해 도배봉사를 하고 있다. [녹십자 제공]

20여 년 전만 해도 국내 혈우병(유전적으로 출혈이 잘 멈추지 않는 병) 환자의 실상은 참혹했다. 평균 수명이 17세에 그쳤다. 그래서 혈우병은 천형(天刑)으로 불렸다. 당시 독일 등 외국은 평균 수명이 약 60세였다.

혈우병치료제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990년대 초중반. 이전까지 혈우병환자의 생명은 높은 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수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경제적인 사정으로 수혈을 받지 못한 환자들은 무릎 등 관절부위를 부딪치기라도 하면 계속 부어올라 장애를 입었고, 결국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다.

혈액제제 전문기업인 녹십자는 이 같은 현실을 두고 볼 수 없었다. 혈우병 환자들에게 체계적인 치료와 과학적인 재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990년 3억3000만 원을 출연해 한국혈우재단을 설립했다. 녹십자는 현재도 경제사정이 어려운 혈액 환자들을 위해 연 약 30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1967년 창립한 녹십자는 세계 3번째 B형간염백신 개발(1983), 국내 첫 AIDS진단시약 개발(1987), 세계 첫 유행성출혈열백신 개발(1988), 세계 2번째 수두백신 개발(1993) 등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사의 의무가 우수한 의약품 개발에만 있을까. ‘질병 없는 사회’를 철학으로 삼고 있는 녹십자는 의약품으로는 채울 수 없는 부분을 사회공헌활동으로 메우고 있다.

B형간염백신의 개발로 거둔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의미로 1984년 목암생명공학연구소를 설립했다.

목암생명공학연구소는 과학기술처의 승인을 받아 설립된 제1호 순수 민간연구법인 연구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가 순수하게 민간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연구소는 유전공학 등 첨단 생명공학을 연구하고 있다.

녹십자 사회공헌활동의 특징은 ‘선순환’이다. 녹십자는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사회봉사활동을 펼치면 회사의 지원이 뒤따른다. 임직원이 출연한 사회기부금만큼 회사도 후원금을 지원하는 매칭그랜트(matching grant)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2004년엔 ‘녹십자 사회봉사단’을 출범시켰다. 비공식적으로 펼치던 사회봉사활동을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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