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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대축제 설, 즐겁고 행복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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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설 연휴가 시작됐다. 매년 설이 되면 전국에서 절반 이상의 국민이 고향과 가족을 찾아 움직인다.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부모님과 어른들에게 세배하면서 가족과 이웃, 고향의 정을 되새기는 설은 새 출발의 의미와 겹쳐져 우리 민족에게는 가장 중요한 명절 중 하나다.

어느 민족이나 고유의 풍속이 있다. 그러나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아닌 상황에서, 더군다나 고도로 선진화된 21세기형 디지털 모델 국가에서 이처럼 특정일에 절반 이상의 인구가 이동하는 것은 예를 찾기가 어렵다. 우리의 설은 특히 그 이동이 가족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각종 놀이를 통해 세대 간.지역 간 소통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물론 요즘은 많이 퇴색했지만 윷놀이.널뛰기.연날리기.지신밟기 등 이웃과 함께 어우러지는 지역별 문화축제가 전국적으로 진행된다.

설.추석 등 명절 때 보이는 우리 민족의 이동성과 역동성, 전통존중의 풍습은 한민족의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문화적 풍부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압축적 경제성장과 정치발전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대가족 제도의 붕괴, 다양한 외국문화의 도입 등으로 설을 단순한 연휴의 연장으로 보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설은 예부터 정월 초하루 단 하루만이 아니라 새해의 시작이자 정월 대보름까지로 이어지는 명절의 시작을 의미했다. 농한기와 어우러진 한해의 '이완기간'으로서 풍농을 기원.예축(豫祝)하면서 모두가 함께 즐기고 준비하는 기간이다.

이 같은 설의 의미와 세시풍속의 다양성, 그리고 문화축제의 풍성함은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특히 문화콘텐트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즘엔 설빔, 설 차례상 장만, 민속놀이 등을 산업적 측면과 결합시켜 문화산업 축제로 고양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유명 축제들도 대부분 전통축일의 계승에서 시작됐다. 바로 그런 점에서 설은 한류(韓流)문화의 원형이자 외국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세계적 문화축제로 가꿔나갈 만하다. 설날, 즐겁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