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수 위원장 “외환, 시스템 위기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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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한마디 할 때마다 시장의 주목을 받는 두 사람이 15일 한자리에 모였다. 진동수 금융위원장과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얘기다. 이들은 영국 이코노미스트 콘퍼런스 주최로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변화의 전조 시리즈:대한민국(The Bellwether Series)’ 토론회에 각각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다.

진 위원장의 화두는 자신감이었다. 진 위원장은 “빠른 회복력을 바탕으로 안정성과 혁신의 균형을 갖춰 투자친화형 시장, 지역의 금융 허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1998년의 이른바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는 축복으로 규정했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고 30대 기업 가운데 과반이 없어지는 등의 강력한 구조조정 덕분에 체질이 강화됐다”는 이유에서다.

외환 시장의 취약성은 그가 언급한 금융의 유일한 불안 요소다. 진 위원장은 “현재 한국 금융시스템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불안은 외환시장의 취약성”이라며 “외환 부문에서 큰 시스템의 위기가 올 정도의 어려움이 없으면 한국 금융은 불안 요인이 없다고 단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동아시아권에서 거의 유일한 자율 환율 국가”라며 “2008년 같은 위기가 온다면 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현재 G20에서도 금융 안정망 이슈를 제기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300조원이 넘는 기금 운용의 책임자인 전 이사장은 “국민연금이 금융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가총액의 4% 정도인 국내 투자 비율을 5년 내 7~8%로 높이면→현재 5%대인 100대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10% 가까이 오르게 되고→이 경우 국민연금이 금융기업들의 최대 주주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논리다.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파견할 가능성을 묻자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전 이사장은 다만 “이 과정에서 정책이나 정치적인 동기로 인한 간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을 안다”며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나 외환은행 매각에 국민연금이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이에 대해 그는 “투자 요소를 따지되 정책적 고려는 하지 않고 있다”며 “은행의 경쟁력은 체력에서 오는 것이지 체중에서 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낙관’과 ‘비판’ 교차한 전문가들

두 사람 외에도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재술 딜로이트코리아 총괄대표, 톰 번 무디스 부사장 등 내로라하는 국내외 경제계 인사들이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분야별로 “규제 당국의 통합, 경쟁력 등을 따질 때 1998년의 위기 당시 벌어졌던 문제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톰 번 부사장)이란 낙관부터 “잠재 위험인 가계부채를 다루기 위해선 부동산 연착륙과 상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김경수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장)는 당부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리스크 관리 능력, 네트워크의 부재 등으로 국내 은행 중 한국 대기업의 주거래 은행이 없다”며 “금산 분리로 외국인이 60%의 지분이 있는 상태에서 경쟁력을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급격한 외환 유출입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없다”(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쓴소리도 나왔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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