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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해요] 이정복·임주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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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제가 그녀를 처음 본 건 영화동호회 번개 모임 때 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전에 천안시립도서관에서 저를 본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우린 천안영화사랑 동호회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었습니다.

2007년 1월 저는 영화 번개를 주선했고 그녀는 처음 참석하였습니다. 그때가 첫 만남이었습니다. 그녀는 상당히 차분한 인상이었고, 저는 다른 친한 회원들과 있었기에 첫 만남에 별다른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헤어졌지만 상당히 아쉬움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했고 둘이 영화를 보자고 제안을 했지만 그녀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는 단둘이 영화를 보지 않는다고 거절했습니다. 그럼 영화 번개를 주선해서 다른 회원들도 참석하면 본인도 참석할 의향이 있냐고 물어보자 그러면 참석 하겠노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녀와 다시 만남을 갖기 위해 번개 모임을 주선했고 그녀를 태우러 그녀의 동네에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저를 처음 보자 마자 웃는 그녀, 해맑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녀를 태우고 번개모임에 참석해 영화를 보고 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집에 데려다 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눈 듯 합니다. 두 번째 만남을 가지자 서로 조금은 편해지고 거리감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또다시 연락을 하고 둘이 저녁을 먹자고 했더니 이번엔 거절하지 않고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맛있는거 사 줄테니 뭐가 먹고 싶냐고 묻자 “떡볶이”라고 했습니다. 더 맛있는거 먹자고 하니 본인은 정말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 우리의 첫 데이트 메뉴는 떡볶이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단 둘이 만나는 시간이 길어졌고 3월 14일 화이트데이가 찾아왔습니다. 저녁 식사 전 미리 준비해 둔 사탕을 차안에서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녀는 재미 있다는 듯 큰소리로 웃었습니다. 저는 “사탕을 남자들한테 많이 받아 받느냐?” 고 질문하니 그러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기념일마다 내가 챙겨 줄테니 나랑 사귈래?”하고 사랑을 고백했습니다.

그녀는 좀 심난한 듯 거절도 승낙도 안 한채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담갖지 말고 지금처럼 영화보고 같이 밥 먹고 “누군가가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보면 있다”고 대답만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잘 모르겠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 사귈 때 다 잘 몰라. 그냥 그렇게 사귀는 거야. 우리 이제 사귀는 거다”하고 못박았습니다.

속설에 첫사랑이랑은 결혼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우리도 만난지 1년도 못 돼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서로 많은 상처를 받고 헤어지게 되었지요. 저희 어머니께서 무척이나 서운해 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그렇게까지 서운해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어머니는 그녀를 소개했을 때 이미 며느리 삼기로 마음먹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한 3개월 정도 떨어져 있었고 어느 날 우리 가족은 수안보로 가족여행을 갔었습니다. 그날 밤 늦은 시간 그녀에게 전화가 왔고 그녀의 목소리는 많은 고민을 한 후 연락을 해 온 걸 직감으로 알 수 있었고 가족이 함께 있기에 별 다른 통화는 못하고 끝났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들어온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전날 꿈에 그녀의 초췌한 모습을 보았기에 걱정도 되고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또 전화가 왔습니다. 나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에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오랜만에 저녁이나 한번 먹자고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녀 사무실 근처에서 약속을 잡고 오랜만에 만난 그녀, 그녀는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지만 얼굴을 보니 환하게 웃는 게 전혀 힘들었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를 다시 보니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못 본 사이 더욱 아름답고 세련돼 보였습니다.

그녀를 보내는데 혹시 이게 또 마지막은 아닐까 기분이 착찹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울려고 하니? 울지마” 이렇게 농담을 던지고 가버렸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로 연락하며 영화도 보고 저녁식사도 하며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또 다시 여러 번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또 헤어지면 정말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에 우린 힘들어도 서로 포기하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폭풍이 지난 후에 오는 맑은 날은 더욱 빛나고 화창해 보이는 듯 위기를 극복하고나니 바로 결혼이라는 입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결혼준비를 하면서 서로 많이 다투고 힘들어 한다고 하는데 우린 신나고 즐겁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처음 집을 장만하고 집안에 가구도 살림도 없는데 서로 서로의 얼굴을 보며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얼마 전 들어온 새 가구와 가전제품 등 살림으로 이제 신혼집 냄새가 나며 우린 서로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 일들을 잊은 채 신나고 즐거운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아무리 힘들어도 나를 믿고 끝까지 함께 있어준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주현아 사랑한다. 우리 영원히 더욱 아름다운 사랑 만들어 가자.”

글=신랑 이정복

날짜: 2010년 9월 18일(토) 낮 12시
장소: 천안 컨벤션 웨딩홀 야외결혼식장 (전통혼례)
신랑: 이범구, 황일숙의 장남 이정복
신부: 임용순, 공영기의 막내 임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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