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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요리사도 참여하는 디자인 행복을 파는 상인이라 불러주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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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호 09면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리빙브랜드 알레시(ALESSI)가 내년 창립 90주년을 맞는다. 동(銅)으로 문손잡이를 만들던 기술자 조반니 알레시가 북부 오메그나 지역에 동·니켈·은접시를 만드는 주물공장을 세운 것이 1921년. 스테인리스 스틸의 가능성에 일찍 눈뜬 그는 장인정신과 첨단 기술, 디자인을 강력하게 결합시켰다. 기능을 넘어 품격을 팔겠다는 전략이었다. 여성의 표정이 살아있는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와인 오프너 ‘안나G’, 우주선처럼 생긴 필립 스탁의 레몬즙짜개 ‘주시 살리프’ 등은 생활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알레시의 대표적 상품이다. 창업자의 증손자 알레시오 알레시가 9일 한국을 찾았다. 부루벨 코리아와 함께 본격적으로 한국 진출을 시작한다.
디자인 제품 본가의 명성을 유지해온 비결을 물었다. 그는 ‘색다른 시각’과 ‘좋은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강조했다.

이탈리아 리빙 브랜드 ‘알레시’ 총괄 매니저 알레시오 알레시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를 섞어 새로운 것을 추출하는 ‘복합예술(multiplied art)’을 시도한 분은 아버지 알베르토였어요. 1970년부터 이탈리아의 조각가인 지오 포모도로, 유고슬라비아의 디자이너 듀산 자몬자 등과 작업을 하셨죠. 살바도르 달리도 우리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에토르 소트사스의 ‘5070양념통세트’(1978)는 우리의 이름을 알리는 기폭제가 됐죠. ‘사람들이 매일 일상에서 접하는 것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지론은 그대로 저희 회사의 모토가 됐습니다.”

남들과 다르기 위해서는 당연히 색다른 시각이 필요했다. 멘디니는 “유명 건축가들에게 차와 커피 세트를 디자인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천재 건축가로 꼽히던 리처드 사퍼가 디자인한 ‘9090 커피포트’는 대성공을 거뒀다. 역시 건축가였던 알도 로시가 내놓은 포탄같이 생긴 커피 메이커 역시 화제를 이어갔다.

“당시 건축가들과의 작업이 쉽지는 않았죠. 아트 갤러리나 미술관에서만 유통된 제품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20년이 지나 다시 추진했습니다. 스위스의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디자인한 물과 와인을 위한 큰 통(2000년)이나 프랭크 게리가 만든 마호가니 손잡이가 달린 소리 나는 피토 주전자를 꼽을 수 있겠네요. 자 하디드도 빼놓을 수 없죠.”

리처드 사퍼는 식도락가와 세계적인 요리사들에게 주방기구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묻기도 했다. 덕분에 외부는 동, 내부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져 열의 분배와 전도가 우수한 이중그릇 등 주방기구 시리즈 ‘친듀라 디 오리오네’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사퍼의 디자인은 대단히 혁신적이어서 제품을 만드는 기술자와의 갈등이 만만치 않았다. 사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 실제 제품으로 나오기까지엔 험난한 행로가 있을 터다.

“좋은 디자인이 좋은 제품으로 나오기까지 여러 단계가 필요합니다. 저희는 그 과정에 30명이 넘는 전문가들을 투입합니다. 디자이너의 이름이 강조된 제품은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200여 명의 디자이너와 작업하고 있다고 소개한 그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영감을 얻기 위한 방안으로 디자인 연구소와 연수 프로그램을 꼽았다. 그러면서 한 제품을 꺼내들었다. 얼핏 쥐같이 생긴 연둣빛 물건. 그 위에 클립을 올려놓았다. 딸깍 붙었다. 여럿을 붙였다. 고슴도치가 됐다. 한국인 디자이너 미카 김(한국명 김형정)이 2001년 워크숍에 참가했다가 내놓은 아이디어로 만든 ‘도지’(2004)라는 문구용품이다.

“작품들이 대체로 유머러스하다”는 질문에 그는 “소비자 공감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를 ‘행복을 파는 상인’이라 불러 달라”고 말했다. 부루벨 코리아 신상혜 상무는 “알레시는 매년 1월과 9월 신제품을 선보이는데 참신하게 디자인된 신제품을 국내에서 바로바로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알레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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