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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월드컵 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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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아디다스코리아가 제작 중인 북한 축구대표팀 유니폼 시안. [한국축구연구소 제공]

북한 축구대표팀이 한국에서 제공한 유니폼과 축구화를 착용하고 뛰게 된다. 그 첫 경기는 오는 9일 일본과의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

제공자는 한국축구연구소(이사장 허승표)로, 신문선 SBS 해설위원과 이용수(KBS 해설위원) 세종대 교수 등 축구인 출신 박사들이 지난 연말 설립한 단체다. 북한팀이 2002년 휠라와의 스폰서 계약이 끝난 뒤 새 협찬사를 구하지 못해 용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북한팀 해외마케팅 대행사 ㈜메이브리즈로부터 듣고 지원을 추진해 성사됐다. 민간 차원의 지원이어서 특히 의미있는 일이다.

제공 품목은 유니폼(홈 및 원정경기용 2종류).축구화뿐이 아니다. 트레이닝복과 파카, 조깅화.스타킹.무릎보호대.훈련용조끼.언더셔츠, 그리고 숙소에서 입는 티셔츠와 가방까지 모두 30가지다. 스포츠용품 업체인 아디다스가 협찬했다. 낱개로는 997점. 모두 합쳐 시가 1억원 상당이다.

연구소는 지난달 28일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에서 훈련 중인 북한팀에 축구화.트레이닝복.가방 등 훈련용품 21종 587점을 1차로 전달했다. 또 일본대표팀의 경기 비디오와 분석자료도 함께 전했다. 경기용 유니폼과 축구화 등 나머지 용품은 5일 경기 장소인 사이타마에서 전달할 예정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북한 측이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왔다"고 말했다. 그 답례로 북한 측은 6월 8일 평양에서 열리는 일본과의 2차전에 연구소 관계자를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북한팀은 아디다스의 새 유니폼 시안을 본 뒤 "중국 대표팀 것과 비슷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프랑스 대표팀 것의 디자인이 좋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아디다스는 지금 디자인을 바꿔 유니폼을 만들고 있다. 북한팀은 또 축구화를 맞추기 위해 선수들의 발 치수도 보내왔다. 제일 작은 사이즈가 245㎜, 가장 큰 사이즈는 275㎜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 허 이사장은 "남북이 독일 월드컵에 동반 진출하기를 바라는 순수한 동기에서 지원을 추진했다. 앞으로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축구발전 세미나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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