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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장 재래시장서 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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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시장. 지난해 새 단장을 마친 뒤 첫 설을 맞는 이곳 입구에는 '깔끔해진 인왕시장'이라는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물기 없이 깔끔한 바닥 위로 산뜻한 앞치마를 맞춰 입은 상인들이 웃으면서 손님들을 맞고 있다. 시장 한 쪽의 이벤트 행사장에선 화살을 통에 넣는 투호놀이와 가래떡 빨리 썰기 경기가 한창이다. 참가자들은 1만~3만원의 시장 상품권을 받고 싱글벙글했고 구경꾼들은 경기 참가자들이 썰어놓은 가래떡을 나눠먹었다.

▶ 1일 도봉구 방학동 도깨비시장에서 열린 ''재래시장 이용하기''캠페인에서 구청직원들이 시장바구니를 나눠주고 있다.임현동 기자

얼마전 환경개선사업을 마치고 새롭게 단장한 마장동 축산물시장.고척근린시장.화곡남부시장 등 서울시내 재래시장 20곳이 처음으로 합동세일에 나섰다. 불경기에 강추위까지 겹쳤지만 설 대목을 앞둔 시장에는 특유의 분주함과 훈훈한 인심으로 가득했다. 인왕시장 대표 김경환(51)씨는 "재래시장 나름의 서비스와 문화행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며 "불경기인데도 손님이 전보다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깨비 시장도 떠들썩하기는 마찬가지. 이날 오후 이곳을 찾은 이명박 서울시장은 붉은 고무가 칠해진 목장갑을 끼고 일일 판매원으로 목청을 돋웠다.

"파 한단에 100원입니다. 동태는 원래 1500원인데 세일이라 500원에 팔아요. 자, 사실 분 안계세요."

왁자한 웃음속에 이 시장은 아이들에게 "설날에는 가래떡을 먹어야 돼"라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을 권한 뒤 자신은 밤 3000원어치를 샀다. 시장에서 쓰레기를 치우며 학비를 벌었던 경험을 떠올린 이 시장은 "재래시장이 살아야 서민경제가 살고 나라가 산다"며 상인들을 격려했다.

인왕시장에 들렀다가 투호 던지기에서 1만원짜리 상품권을 탄 이윤희(37)씨는 "최근 재래시장이 깨끗하게 바뀐 뒤 이전보다 훨씬 자주 찾고 있다"며 "시중보다 싼값에 상품권까지 받으니 횡재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은하 기자, 인턴기자=이보미(한국외대 불어과4).

홍수지(단국대 언론홍보3) <insight@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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