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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쌈지길 자개·공예 체험

중앙일보

입력


9월은 넉넉한 달이다. 우리 고유의 명절 추석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풍성해진 오곡백과만큼이나 마음도 여유를 갖고 가을 정취로 흠뻑 빠져들 법하다. 우리나라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자개·한지공예로 미리 가을맞이를 해보는 건 어떨까.

 지난 7일 조하영(서울 가주초 4)·윤혁(서울 가주초 1) 남매는 종로구 관훈동 인사동거리에 위치한 ‘쌈지길 체험공방’을 찾았다. 정명예 강사(한국공예전승협회 회장)가 아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윤혁이는 공방에 전시된 갖가지 공예품을 구경하느라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정 강사는 “곧 다가올 추석에 어울리는 손거울과 조명등을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윤혁이가 자개공예로 손거울을, 하영이가 한지 공예로 조명등을 만들기로 했다.

 테이블에는 반짝반짝 자개 조각과 자개 가루가 색깔별로 담겨 있다. 하트·꽃·나비·동그라미 등 다양한 모양의 자개·나무·플라스틱 조각도 있었다. 정 강사가 재료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우리 친구들 바닷가에서 소라나 조개 본 적 있죠? 겉은 이렇게 울퉁불퉁하지만 안쪽은 반질반질하고 오묘한 빛이 나죠. 이런 조개껍데기를 가공해서 얇고 평평하게 만든 걸 자개라고 해요. 그리고 한지는 닥나무로 만든 종이랍니다. 여기에 자연 재료로 물을 들여 사용하는 거예요. 천연 소재이니만큼 인체에 무해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죠.”

 윤혁이는 미리 만들어진 손거울 틀을 이용해 뚜껑을 자개로 꾸미기로 했다. 뚜껑과 같은 크기·모양의 종이 위에 어떤 무늬로 꾸밀지 미리 구상을 한다. 재료를 이리저리 옮겨보기도 하고 위치와 문양을 잡는다. 윤혁이는 나비모양의 큰 나무 조각을 가운데 놓고 위아래에 보석·자개 조각을 붙이는 것으로 결정했다. 손거울 뚜껑에는 미리 양면 테이프를 붙여둔 상태. 구상한 디자인대로 재료를 양면테이프 위에 조심스레 옮겨 붙였다. 빈 공간에는 보라색 자개 가루를 뿌렸다. 디자인이 완성된 후 그 위에 전체적으로 코팅액을 바르자 자개의 색이 더욱 선명해졌다. 코팅액은 재료가 떨어지지 않도록하는 역할도 한다. 24시간이 지나면 코팅액이 완전히 말라 손거울로 사용할 수 있다.

 하영이는 한지 고유의 결을 살려 찢어 붙이는 방법으로 전등갓 틀을 꾸몄다. 한지재료로는 원색의 색깔 한지는 물론 한 장에 여러 색이 섞인 그림한지와 점박이 무늬가 있는 깨지도 있었다. 면봉에 물을 묻혀 한지 위에 원하는 모양대로 밑그림을 그리면 모양대로 찢기가 수월하다. 가늘고 작은 모양 등 섬세한 표현을 위해서는 가위를 사용한다. 하영이는 그라데이션 한지를 찢어 노을을 표현하고 노란색 한지로 잘 익은 벼를 나타냈다. 허수아비의 눈은 검정색 한지를 가위로 오려 붙였다. 허수아비 주변에 고추잠자리·나비·참새를 만들어 붙이니 근사한 가을 풍경이 완성됐다. 전등갓 틀을 조립하고 바로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자 조명등에 불이 들어왔다. 하영이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하영이는 “처음 본 한지가 신기했다”며 “학교에선 색종이만 사용해봤는데 한지를 손으로 찢어 붙이니 훨씬 예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강사는 “자개·한지 공예 체험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손으로 섬세하게 표현하는 연습이 된다”며 “특히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으로 만들면 아이들이 전통문화를 더욱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 1. 정하영(오른쪽)·윤혁(가운데) 남매가 쌈지길 체험공방에서 정명예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공예 체험을 하고 있다. 2. 윤혁군이 만든 한지전등 갓(왼쪽)과 하영양이 만든 자개 거울.

<최은혜 기자 ehchoi@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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