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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부회장, 직원들에게 요리책 선물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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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신세계백화점 와인 담당인 김은구(35) 대리는 최근 이 회사 정용진(42·사진) 부회장에게서 책을 한 권 선물받았다.

책 제목은 『죽기 전에 먹어야 할 세계 음식 재료 1001』. 책에는 육류나 어류 같은 기본 식재료는 물론 달걀버섯이나 대추야자처럼 국내에선 생소한 이름의 식재료의 사진과 상세한 설명이 담겨 있었다. 정 부회장은 이 책을 김 대리뿐 아니라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조선호텔, 신세계푸드 등의 식품 담당 임원과 팀장·바이어 등 50여 명에게 선물했다.

정 부회장은 책을 주면서 “각국의 음식을 많이 접해본 저로서도 이 책을 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진귀한 음식 재료가 많다는 사실에 감탄했다”며 “이 책에 소개된 재료를 활용한 신상품을 개발해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하자”는 당부의 글을 남겼다.

신세계 관계자는 “미식가로 유명한 정 부회장이 개인적인 식도락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 직접 제품 맛과 식품 영업 전략 등을 챙기는 것”이라며 “최근엔 제품 개발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여 직원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의 지시로 개발한 샌드위치의 일종인 ‘치킨시저랩’은 월 평균 3000개가 넘게 팔리고 있다. 최근 호평을 받은 ‘세계 과일 페스티벌’이나 ‘월드 베리 페어’도 그의 아이디어다.

정 부회장이 식품에 부쩍 공을 들이는 이유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 9월 식품관을 리뉴얼한 이후 점포 전체 매출이 24%나 늘었다.

정 부회장은 매달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열리는 신제품 컨벤션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컨벤션에는 식품을 비롯한 자체 브랜드(PB) 상품 100~200여 종이 선보인다. 지난달에는 출시를 앞두고 있는 PB칼로리바를 맛본 그가 “텁텁한 맛이 강해 소비자들이 외면할 것 같다”며 “대두단백보다는 부드러운 맛의 유청단백을 사용해 다시 개발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담당 바이어를 당황케 하기도 했다.

한편 신세계는 미국의 유명 햄버거 체인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이르면 내년 초께 국내 수제 햄버거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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