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울광장을 상설 시위장으로 만들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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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서울광장 집회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기존의 허가제를 유지하느냐 신고제로 바꾸느냐가 관건인 것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정치성 집회의 허용 여부다.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사용범위에 ‘집회와 시위’를 추가하고, 이를 신고제로 변경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허가제가 원칙인 공유재산법을 위반했다”며 재의(再議)를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대로 밀어붙일 태세다.

서울광장은 2004년 5월 개장과 함께 사용 목적을 ‘시민들의 여가선용과 문화활동’으로 한정하고, 허가제로 운영해 왔다. 정치적 시위를 차단해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려는 취지였다. 그럼에도 서울광장에선 불법 시위가 비일비재했다. 일단 시위가 벌어지면 과격화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걸 예전의 경험은 말해 준다.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가 빈번해지면 인근 광화문광장도 시위 여파로부터 온전할 리 없다. 경복궁과 함께 국가 상징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광화문광장까지 과격 시위대로 난장판이 된다면 국가 이미지는 추락할 것이다.

따라서 서울광장 용도는 법 위반 차원을 떠나 서울시의회가 맘대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정치적·이념적 잣대를 배제하면서 시민의 공간이라는 대전제에서 논의가 출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단 한 번의 공청회나 토론회도 없이 강행하는 민주당의 신고제 추진은 분명 문제가 있다. 6·2 지방선거에서 신고제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만큼 더 이상의 여론수렴은 필요 없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라고 한다. 이는 견강부회(牽强附會)다. 시민들이 민주당 의원을 뽑아준 건 맞지만, 서울광장을 정치집회광장으로 만들어도 된다는 권한까지 위임한 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광장 사용 심사권을 쥔 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위원 15명 중 12명을 시의회 의장이 추천하도록 한 조항도 큰 문제다. 이는 서울광장의 사용권을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장이 좌지우지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서울광장이 툭하면 전문 시위꾼들의 놀이터로 변질되는 걸 평범한 서울시민들은 원치 않고 있는 점을 서울시 의회는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