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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가격 변수 어떻게 움직일까?] 3. 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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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연초 주식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투자자들이 주식매매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둔 고객예탁금이 1월 한달간 1조6000억원 이상 불어난 가운데 하루 거래대금은 4조~5조원선을 넘나들어 지난해(평균 2조원대)의 두배에 달하고 있다. 31일 종합주가지수는 932.7을 기록했다. 1월 한달간 36.78포인트(4.1%) 올랐다. 코스닥 시장은 거래소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연초 대비 92.62포인트(24.4%) 상승했다. 경기는 여전히 나쁜데 주가가 왜 오르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경기회복을 예고하는 징후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경기가 좋아지지 않으면 주가는 계속 오를 수 없다. 결국 주가 상승 폭과 속도는 올 하반기 경기 반등 가시화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 든든한 돈줄=주가가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시중 돈이 증시 외에는 마땅히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집 값만은 잡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흘러들기 어렵다. 또 채권값이 내리면서(금리 상승) 채권시장에선 투자 원금을 까먹는 일이 늘고 있다. 은행에 돈을 맡겨 봤자 물가와 이자를 감안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주식의 배당수익률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삼성전자가 연간 순익 '100억달러(10조원) 클럽'에 가입하는 등 국내 간판 기업들의 실적도 부쩍 좋아졌다.

이 때문에 시중 자금의 증시 유입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가계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9년(13.7%) 이후 줄곧 줄어왔다. 삼성증권은 이 비중이 최근 10여년간의 평균치(6.8%)까지만 늘어나도 올해 증시에 12조9000억원이 추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장은 "개인투자자 위주의 자금 유입은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연기금과 은행.보험 등도 주식 투자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금의 성격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증시 활황기에 '짧고 굵게' 유입됐다 단기간에 빠졌지만 최근에는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한 간접 투자 상품(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특히 적립식 펀드에는 지난 한 해 동안 1조9000억원이 들어왔고, 1월에만 3700여억원이 추가로 유입됐다.

그러나 국내 자금만으론 한계가 있다. 임태섭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장은 "개인의 펀드 투자는 증시 전체로 보면 큰 돈이 아니다"며 "증시를 받쳐줄 수는 있겠지만 이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정보기술(IT) 경기에 주목=올해 증시를 낙관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한국 기업의 주가가 기업 가치에 비해 싸다고 주장한다. 주가가 순익의 몇 배인지를 측정해 적정 주가를 가늠해 보는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의 한국 상장사 평균치는 지난해 말 기준 7배고, 홍콩.대만.싱가포르는 9~17배다. 경쟁국에 비해 한국 증시가 더 오를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IT 경기 전망이 비교적 밝은 것도 청신호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IT 경기가 현재 바닥권에 와 있고, 하반기께 본격적인 상승 기류를 탈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벤처 기업을 밀고 있는 것도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증시는 IT 업종이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LG필립스LCD.SK텔레콤 등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대거 속해 있고 코스닥의 부품.반도체 업체 주가도 IT 경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구조다. IT 경기가 회복되면 주가는 오른다는 얘기다.

거꾸로 IT 경기에 대한 증시의 높은 의존도는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나 휴대인터넷 등 정부 주도의 신산업은 아직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려운데 기대감만 잔뜩 커진 상태다.

◆ 내수 회복이 관건=증시는 실물경기보다 다소 앞서 가긴 하지만, 결국 경기 흐름과 맥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종합주가지수 최고치를 950에서 1250까지 다양하게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도달 시점이나 마지막 조정 국면은 대부분 2분기 말이나 3분기 초로 보고 있다. '하반기에 내수가 살아난다'는 전망을 각종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시점과 일치하는 것이다. 김재칠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증시 자금이 풍부해도 내수가 살지 않으면 주가가 탄력을 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 도움말 주신 분=강성모 동원증권 투자전략팀장,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장, 김재칠 증권연구원 연구위원,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전무,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임태섭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장, 임춘수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정태욱 현대증권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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