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위톈 7단 ●·한상훈 5단
제 13 보
여기엔 ‘분노’라고 하는 지극히 원시적인 감정이 작용하고 있다. 바늘구멍처럼 좁은 곳에서 수를 내자고 하자 자존심이 상해 맛을 보여 주러 나선 것이다. 게다가 마지막 초읽기. 이 극단적인 상황은 얼음처럼 냉정한 사람도 흥분시키는 매우 특별한 자극을 지니고 있다. 속기 대회가 줄타기처럼 아슬아슬한 전투로 이어지는 사연이 대개 여기에 있다.
하지만 흑이 147로 가만히 꼬부리자 뭔가 이상하다. 가슴이 철렁한다. ‘참고도 1’ 백1로 막는 것은 흑2, 4로 연결. 모양은 심히 나쁘지만 ‘참고도 2’ 백1로 웅크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그것도 아니다. 후회가 밀려오고 머리 속은 뒤엉킨다. 흑2 밀면 3의 후퇴. 여기서 4로 끊기면 어찌 되나. 초읽기 속에서 얼핏 흑8의 선수, 그리고 10의 치중수가 보인다. 수가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단 백이 한 수 부족하다. 자칫 승부가 끝난다. 부득이 148로 물러서서 152로 잡으러 갔다. 일단 ‘죽는 궁도’니까 이쪽이 안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