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이 무서워하는 알록달록 채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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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의 원인 중 80% 이상은 나쁜 식생활습관이다. 야채·과일에 있는 식이섬유는 대장암을 예방한다. [중앙포토]

원인 80%는 고지방고칼로리 위주 식습관 전문가들이 대장암 알리기에 팔을 걷어붙인데는 이유가 있다. 대장항문학회 김남규(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이사장은 “대장암은 발병률이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조기 발견하면 90%가 완치되는 결과가 좋은 암”이라고 강조했다.

 ‘2009 국가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은 2007년 기준 국내 암 발병률 3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8 건강보험 암 진료환자 분석’에도 전체 암 진료 환자 중 위암(18%) 다음으로 2위(14%)를 차지했다. 대장항문학회 김영진(전남대 병원장) 회장은 “앞으로 10~20년 뒤면 대장암이 위암을 제치고 발병률이 가장 높은 암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장암에 암세포를 움트게 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유전(가족력)과 식생활 습관 등
환경적인 요인이다. 서울아산병원 대장암센터 유창식 소장은 “대장암의 약 15%는 유전
성이다. 이중 5%는 명확하게 가족력인 것으
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나머지 80%는 붉은색 육류 등 고지방·고칼로리 음식과 비만·흡연·음주 등 식생활 습관
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붉은색 고기가 대장암의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아직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

 복통·설사·혈변 등을 보이는 궤양성 대장염이 수십 년간 지속돼도 절반 가까이 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원인은 불명확하다.

 고칼로리 음식으로 독성 물질이 증가한 변을 장에 오래 머무르게 하는 변비도 위험 요
인이다.

황운하 기자

종합하면 대장암의 첫 단추는 ‘가정(가족)’에서 끼워진다. 김남규 이사장은 “대장암은 어린 시절 형성된 식습관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가족 구성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가정에서부터 예방을 위한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50세부터 5년에 한번 내시경 검사를

대장항문학회가 ‘대장암 캠페인’의 일환으로 대장암을 이기는 세 가지 수칙, ‘3대 골든 타임’을 발표했다. ‘배변 후 1.5초 동안 점검’ ‘6세부터 식이섬유 매일 18~30g 섭취’ ‘50세부터 5년에 한번 대장내시경 검사(가족력 등 위험군은 40세부터)’다.

변은 장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혈변·흑변, 점액이 많거나 잦은 설사, 변이 연필처럼 가늘게 나오는 등 배변 습관에 변화가 감지되면 의사를 찾아야 한다. 유창식 소장은 “식이섬유는 발암물질 생성을 억제하고 대장 속 독성 물질과 변을 껴안고 배출된다”며 “식습관이 형성되는 6세께부터 식이섬유 섭취 식습관을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진 회장은 “대장암의 85%는 대장 안쪽에 혹이 생기는 용종을 거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장내시경은 용종 등 대장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장항문학회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주요 5개 병원에서 대장과 위내시경을 받은 약 52만 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위내시경을 받은 사람은 약 80%였고, 대장내시경은 10%에 그쳤다. 하지만 암 진단율은 대장내시경이 0.37%, 위내시경이 0.19%로 역전됐다. 대한대장항문학회가 이달 전국 주요 병원에서 진행하는 대장암 바로 알기 건강강좌 일정은 학회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colonlife.info/colonday/colonday.html?subid=4)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항암제·수술 기법 좋아져 … 포기 말아야

[중앙포토]

대장암이 다른 장기에 전이된 진행성 암이더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2009 국가암 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의 5년 생존율 은 1990년대 중반 약 54%에서 최근 69%로 늘었다. 10년 생존율(1995~2004년 세브란스병원 자료 분석)도 54%에 이른다. 특히 4기 대장암의 5년 생존율이 1.5%에서 7.9%로 껑충 뛰었다.

유창식 소장은 “암 절제술·항암제 등이 발전하며 치료 결과가 좋아지고 있다”며 “3·4기라도 완치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골반 깊숙이 자리잡은 대장은 시야 확보가 어려워 수술이 힘들었다. 특히 대장암의 절반을 차지하는 항문 부위에 생기는 직장암은 더 그랬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암을 잘라내는 기술이 좋아졌다. 배에 구멍을 몇 개 뚫고 카메라와 수술 도구를 집어넣어 암을 제거하는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의 보급이 늘었다.

김남규 이사장은 “주변 장기 손상 없이 암을 제거하기 때문에 수술이 가능한 대장암이면 90% 가까이 항문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얼비툭스·아바스틴 등 대장암 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표적항암제도 한몫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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