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내 서비스업을 키워야 체감경기가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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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지난 2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늘어난 반면, 교역조건을 감안한 국민총소득(GNI)은 5.4%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열심히 일해 많이 팔았지만 그 대가로 손에 쥔 소득은 그만큼 늘지 않았다는 얘기다. GDP 성장률로 대변되는 지표경기는 크게 호전된 반면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낮은 이유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 잠정치의 전기 대비 통계를 보면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격차를 더욱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분기 GDP는 1분기보다 1.4% 늘어난 반면 GNI는 불과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GNI 증가율이 GDP증가율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러니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다는데 살림살이가 그만큼 나아진다고 실감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처럼 실질 GNI 증가가 미흡한 근본적인 이유는 수입물가가 수출물가에 비해 더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2분기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5.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포인트 낮아졌다. 수출대금으로 들여올 수 있는 수입품의 양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경제회복의 대부분을 수출에 의존해 온 우리나라의 경우 교역조건의 악화는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격차를 확대시켜온 주된 요인이다.

문제는 이 격차를 어떻게 줄이느냐다.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 수출기업들이 일방적으로 수출단가를 올리기도 어렵거니와 국제적으로 형성된 수입물가를 우리나라가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수출기업들의 발목을 잡아 수출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다같이 죽자는 것이나 다름없는 소리다. 결국 해법은 내수를 키우는 길밖에 없다. 수출기업들은 국제무대에서 이길 수 있도록 계속 기를 살려주되, 국제경기의 영향을 덜 받고 국내고용과 실질소득 증가에 파급효과가 큰 내수를 튼실하게 키워야 균형 잡힌 성장이 가능하다. 내수확충의 핵심은 의료·교육·관광·법률 등 부가가치가 큰 고급서비스업을 키우는 것이다. 고급서비스업의 육성이야말로 체감경기를 살리는 진정한 친서민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