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사, 노조 전임 181 → 21명 잠정합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기아자동차 노사가 31일 타임오프(유급 근로시간면제)제도 적용에 잠정 합의했다. 이 회사 노사는 이날 경기도 광명 소하리공장에서 교섭을 하고 181명이던 기존의 유급 노조 전임자(임시 상근자 포함하면 204명)를 법 규정에 따라 21명(1명은 파트타임)으로 줄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밖의 올해 임금·단체협상에도 잠정 합의했다. 기아차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무파업으로 노사 합의를 이끌어내게 됐다. 노조원들은 2일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개정 노동조합법에 따라 7월 1일 시행된 타임오프제는 노조의 유급 전임자 수를 제한하는 제도다. 기아차 노사는 그간 이 제도를 둘러싸고 정면으로 대치해왔다. 사측은 제도 시행 직후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노조 전임자에 대해 무급 휴직 발령을 냈고, 노조는 특근·잔업 거부 등으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중형차 K5 등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기아차가 타임오프 갈등의 핵심 사업장으로 떠오르면서 이 문제는 재계·노동계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사 노사가 이번에 제도 적용에 잠정 합의하면서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잠정 합의안이 노조원 찬반투표에서 통과될 경우 제도 도입을 미뤄온 다른 회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새 제도에 따르면 기아차에는 연간 3만8000시간의 타임오프 한도가 인정된다. 이 회사의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1888시간)을 감안하면 유급 전임자 수는 노사가 합의한 21명(1명은 파트타임)이 최대 허용 범위다. 사측은 이번에 합의한 유급 전임자에 대해선 회사가 계속 급여를 지급하되, 그간 줘왔던 전임 수당은 폐지하기로 했다.

노사는 임금 부분에 대해선 사측이 기본급을 7만9000원 올리고, 통상임금의 300%에 500만원을 더한 성과 일시금을 주기로 합의했다. 회사 주식 120주도 지급한다. 31일 종가 기준으로 369만6000원어치다. 노사는 또 현재 일하고 있는 전 종업원의 일자리를 보장한다는 내용의 고용 보장 합의서도 체결했다. 회사 관계자는 “K5 등 신차의 성공과 이에 따른 시장 점유율 확대에 걸맞은 처우를 종업원들에게 해주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면 이 회사는 19년간 계속돼 온 파업의 고리도 끊게 된다. 기아차 노조는 1991년 본격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파업을 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 노사 모두 양보해 본격 협상 20일 만에 잠정 합의를 이끌어냈다” 고 말했다. 기아차 노조(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이경민 선전실장도 “100% 만족할 순 없지만 서로 양보한 안”이라며 “조합원 총회에서 무리 없이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