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앙일보와 함께하는 NIE] 신문으로 하는 국어공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3면

글=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최명헌 기자

교과서로 개념 배우고 신문에서 사례 찾아

경희여중 3학년 4반 학생들이 국어수업 시간에 신문을 뒤적이며 교과서 내용과 연계된 참고자료를 찾고 있다. [최명헌 기자]

이날 강용철 교사는 중학교 3학년 생활국어 교과서에 실린 ‘좋은 화제로 말하기’라는 단원을 수업했다. 교과서를 통해 화제의 개념이 무엇이고, 좋은 화제란 주어진 상황과 목적에 맞아야 하며 상대방의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낼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등의 요건에 대해 설명했다.

강 교사의 설명이 끝나자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다. 학생들이 준비해온 신문을 책상 위에 펼쳤다. 강 교사는 “신문에 실린 여러 기사 가운데 나 자신에게 영향력을 미친다고 생각되는 것을 찾아보라”고 주문했다. 찾은 기사는 옆에 앉은 친구에게 서로 브리핑하게 했다. 먼저 기사 내용을 요약하고 그 기사를 고른 이유를 설명하는 게 브리핑의 요령이다.

김수진양은 ‘경기도 초등 1년 1만212명 과잉행동 의심’이라는 기사를 골랐다. “부모님의 학력이나 경제력이 아이의 정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인데, 나중에 내가 어떤 부모가 돼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 기사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문영주양은 ‘수능 두 번 볼 수 있고 과목 수 확 준다’는 기사를 찾아냈다. 그는 “우리가 2014년 수능을 보게 될 첫 세대인데 과연 이 제도가 유리한 것인지, 어떻게 준비해야 혼란 없이 시험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은현지양은 김연아 선수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결별 소식을 다룬 기사를 골라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 모두의 팬이었는데 결별을 한다고 해서 너무 아쉽고, 앞으로 피겨스케이팅을 보는 재미가 줄어들어 나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설명하자 다른 학생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들의 발표를 들은 강 교사는 “여러분들은 나이·성별·학년 등 공통점이 많기 때문에 관심사도 비슷하다”며 “이처럼 공통의 관심사를 화제로 잡으면 원활한 대화를 이끌어 가기 쉬워진다”고 정리했다.

흔한 화제와 의미 있는 화제 구분

좋은 화제의 요건 중 하나가 바로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뒷담화나 대안 없는 불평·불만은 대화를 원활하게 이끌어주긴 해도 의미와 가치가 없어 좋은 화제라 할 수 없다. 강 교사는 “어떤 화제를 가치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문영주양은 “아무 생각 없이 좋고 싫은 감정만 드러내는 화제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답했다. 김한솔양은 “평소 아무런 생각도 해보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의 계기를 마련해주는 게 가치 있는 화제인 것 같다”고 얘기했다.

강 교사는 “가치도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각자에게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이 긍정적으로 발전하고 도움이 되는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면 가치 있는 화제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석에서 반 친구들 사이에 가장 흔한 화제를 꼽아보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점심 메뉴, 성적, 시험 일정, 과제, 친구 관계, 진학 등의 대답이 튀어나왔다. 연예인, TV 드라마 등을 얘기한 학생도 많았다. 학생들은 “‘점심 메뉴’나 ‘연예인’ ‘TV 드라마’ 등은 흔한 화제지만 가치는 없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박은정양은 “학생이기 때문에 성적이나 진학 문제 등에 대해 고민을 공유하는 게 가장 발전적이고 의미 있는 화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 교사는 “오늘 배운 내용은 교과서만으로 공부하면 개념만 익히고 끝나는 간단한 단원”이라며, “신문과 연계하면 자신에게 맞는 자료를 찾아 구현해볼 수 있어 학습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