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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 위원장 경선 4일째 개표중단 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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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6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다동 동아빌딩 9층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사무실. 출입구 등 곳곳에 '선거관리위원 외 출입금지'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투표함이 들어 있는 사무실 문 앞에는 두 명의 용역회사 직원이 서 있었다.

▶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 부정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26일 서울시 다동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 출입금지 안내문이 나붙어 있다.최정동 기자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가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면서 개표가 중단되는 등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 19일 김기준(외환은행) 후보와 양병민(하나은행)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위원장 선거를 했다. 당초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전자투표를 할 예정이었으나 2만여명이 한꺼번에 몰려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바람에 각 지부에서 직접 투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우여곡절 끝에 투표가 이뤄졌고 금융노조 선거관리위원회는 22일 오후 9시 개표에 들어갔다. 그러나 우리은행 지부 개표 과정에서 부정 의혹이 불거지자 23일 오전 4시30분 개표가 중단됐다.

김 후보 측은 "우리은행 1200개 투표함 중 40여개를 개봉한 결과 상당수의 투표용지가 10장씩 묶음으로 정리돼 있거나 투표용지들이 10장씩 접힌 상태에서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며 "이들 투표용지의 95%가량이 양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나 부정투표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호웅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전자투표에서 일반 투표로 바뀌면서 투표 요령이 늦게 전달됐기 때문에 투표함 대신 큰 봉투를 이용했다"면서 "우리은행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또 유포되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예전에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 때도 이 같은 방식으로 투표했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이를 문제 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양측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25일에는 우리은행 노조원과 금융노조 선관위원 간에 몸싸움까지 벌어졌고 용역회사 직원이 동원됐다.

양측이 우리은행 투표함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은 승부를 좌우할 우리은행의 투표함에서 몰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국민.조흥은행과 농협의 지지를 기대하고 출마했으나, 조흥은행 개표 과정에서 투표 방식의 문제로 4800표 중 2000표(40%)가 무효표로 분류됐다. 반면 양 후보의 지지세력으로 여겨지는 우리은행(8000여표)의 개표에서는 무효표가 거의 나오지 않자 김 후보 측이 몰표에 대해 부정투표란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파행은 예고된 것이라는 게 금융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선거 시작 전부터 각 지부가 지지후보를 밝힌 데다 금융노조 상근자들도 양측으로 나뉘는 등 선거가 과열.혼탁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창규 기자 <teenteen@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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