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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포럼 26일부터 닷새간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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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 인근 도시에서 15일 반(反)세계화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세계경제포럼을 취소하라'는 현수막을 앞세워 행진하고 있다.[쿠어 AP=연합]

매년 1월 말이면 세계의 눈과 귀가 스위스 알프스 산록의 작은 휴양 도시 다보스로 집중된다. 세계 정.재계 지도자들의 연례 모임인 세계경제포럼(WEF)이 소설 '마(魔)의 산'의 무대가 된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다보스 포럼'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WEF는 글로벌 시대를 이끌어가는 각 분야 리더들의'신년제의(新年祭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라크 문제부터 신(新)기술동향, 문화 조류에 이르기까지 국제사회의 온갖 의제가 다뤄진다. 올해로 34회째를 맞는 다보스 포럼이 '선택과 책임'을 주제로 26일 개막돼 닷새간 진행된다.

◆ 화두는 '양극화'=세계화의 결과로 심화되고 있는 지구촌과 개별 국가 차원의 양극화 문제에 대한 대책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논의된다고 WEF 창립자며 의장인 클라우스 슈바프는 개막 전 인터뷰에서 밝혔다. 구체적으로 일곱 가지 의제를 설정하면서 '(초국적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첫째 의제로 내세웠다. 세계화의 확산으로 '80대20'의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반(反)세계화주의자들은 글로벌리즘에 바탕을 둔 신자유주의의 부작용이라고 주장한다. 세계화를 추동하고,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고 있는 초국적 기업들이 이 문제에 천착할 때가 됐다는 것이 슈바프의 생각이다.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는 불가피한가'란 주제로 세미나가 열린다.

◆ '친디아(Chindia)'의 부상=2005년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 중 하나가 중국과 인도의 부상이다. '친디아'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번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아시아는 물론이고 전 세계 경제대국으로 등장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에 포커스를 맞추게 된다. "WEF가 중국과 인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새로운 지정학과 지경학(地經學)의 출발을 상징한다"고 슈바프는 말한다.

◆ '다보스맨'의 자성=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이 미국을 대표하는 '다보스맨'으로 참석, 이번 모임의 공동의장을 맡는다. 세계화는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사람.기술.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에 방해가 되는 것들은 모두 제거돼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다보스맨'이다. 미 정치학자인 새뮤얼 헌팅턴(하버드대 교수)은 다보스맨을 '수퍼 신인류'로 정의하면서 "국민국가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한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46%, 독일인의 40%가 세계화는 국민 경제에 나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세계화의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반감은 다보스 포럼에 대항해 열리는 반세계화 시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다보스맨들의 자성과 대책도 이번 포럼의 주요 의제다.

◆ 누가 참석하나=이번 포럼에는 96개국에서 2250명의 지도급 인사가 참석한다. 참석자 가운데는 20여개국의 국가원수와 정부 수반, 70여명의 각료급 인사가 포함돼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등이 참석한다. 지난 23일 취임한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참석, 국제무대에 첫선을 보인다.

◆ 세계사회포럼(WSF)=다보스 포럼과 때를 같이해 대서양 건너 브라질 남부의 항구도시 포르투알레그레에서는 반세계화 세력의 연례 모임인 WSF가 열린다. WSF는 다보스 포럼이 세계화를 지향하는 선진국 중심의 모임으로 개도국들과 제3세계 국가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출범했다.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슬로건 아래 세계화에 대한 대안을 모색한다. 올해로 다섯번째인 이번 포럼의 주제는 '정의롭고 평등한 세계를 위한 인권과 존엄성'. 120여개국에서 7만5000여명의 대표단이 참석한다. 한국에서는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갈 예정이다. 좌파 대통령으로 우파 정책으로 돌아선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WSF에 참석, 연설한 뒤 곧바로 다보스로 날아간다.

배명복 국제문제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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