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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볼리비아 리튬 확보는 자원외교의 첫 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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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후안 에보 모랄레스 아이마 볼리비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의 공식 초청으로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했다. 25~27일 한국에 머무는 모랄레스 대통령은 방한(訪韓) 첫날인 어제 대통령 자원특사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과 한국광물공사 김신종 사장, LG상사·포스코·대우인터내셔널·SK에너지·GS칼텍스·LG화학·고려아연·삼부토건 등 국내 기업의 대표들과 만찬을 했다. 모두 희소광물인 리튬 개발과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또 방한기간 중 LG화학연구소를 방문해 우리나라의 최첨단 리튬이온전지 생산기술을 확인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매장량을 보유한 볼리비아 우유니 염호(鹽湖)의 리튬 개발권의 열쇠를 쥐고 있는 모랄레스 대통령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서다.

이런 점에서 이번 모랄레스 대통령의 방한은 우리나라 자원외교의 개가가 아닐 수 없다.

리튬은 휴대전화와 컴퓨터는 물론이고 앞으로 녹색성장의 견인차가 될 전기자동차에 쓰이는 리튬이온전지의 핵심 소재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리튬이온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첨단 기술을 갖고 있어도 원재료인 리튬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리튬 확보에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은 물론 그와 연관된 정보기술(IT) 및 전기자동차 산업의 장래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리튬은 희소광물로 분류될 만큼 매장량이 적은 데다 채취 가능한 곳도 전 세계적으로 극히 제한됐다. 볼리비아 우유니 염호의 리튬 부존량은 약 540만t으로 전 세계 매장량의 절반에 가깝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볼리비아의 리튬 개발권 확보에 사활을 걸어온 이유다.

볼리비아의 리튬에 눈독을 들이는 나라가 우리만은 아니다. 이미 일본과 프랑스가 일찍이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고, 여기에 중국과 브라질까지 가세했다. 볼리비아의 리튬 개발권을 차지하기 위해 가위 전쟁을 방불케 하는 국가 간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이번 모랄레스 대통령의 공식 방한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의 자원외교가 첫 열매를 맺은 셈이다. 이를 위해 이상득 의원은 지난해 8월 이후 세 차례나 볼리비아를 방문하는 등 물심양면(物心兩面)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한국광물공사와 한국국제협력단의 숨은 노력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모랄레스 대통령의 방한만으로 리튬 개발권 확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늘 청와대에서 열리는 양국 정상회담에선 리튬 개발 및 기술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권이 확정되는 양국 정부 간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볼리비아가 다른 나라와 MOU를 복수로 체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금부터 마지막 기본합의서 체결까지 마무리가 중요한 이유다.

이번 볼리비아 리튬을 두고 벌인 자원외교 노력은 값진 경험이다. 이를 바탕으로 망간 등 다른 희소광물 개발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비상한 노력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자원 확보야말로 우리나라 성장동력의 원천(源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