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티뉴엄 와인으로 가문 명성 되찾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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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와인이란 파바로티(작고한 이탈리아 테너) 같은 힘과 아기 엉덩이 같은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하셨습니다.”

티모시 몬다비가 24일 서울 강남구신사동 포도플라자에서 열린 나라식품의 컨티뉴엄 와인 론칭 행사에서 자신이 만든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의 전설’로 불리는 로버트 몬다비(1913~2008)의 둘째 아들 티모시 몬다비(58)가 한국을 찾았다. 몬다비 가문 일원으로는 처음이다. 그는 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포도플라자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자신이 만든 ‘컨티뉴엄’ 와인을 다음달 한국에 내놓는다고 발표했다. 그의 선친 로버트는 세계 언론들이 “미국 캘리포니아를 세계 와인 지도에 그려 넣었다”고 평가할 정도로 미국 와인을 세계에 알린 거장이었다.

몬다비 가문의 와인 역사는 티모시의 할아버지인 체사레에서 시작됐다. 1906년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체사레는 광산에서 노동자로 일하다 금주령 시대(1920~33)를 맞았다. 주변으로부터 “가정에서 와인을 만들어 마실 수 있도록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포도를 구매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포도 구매상이 됐다. 이 지역 포도밭들의 특장점을 속속들이 파악하게 된 체사레는 금주령 시대가 끝나면서 장남 로버트와 함께 와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몬다비 가문은 43년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최초의 와이너리인 ‘찰스 크룩’을 인수하면서 일약 캘리포니아 와인의 스타 가문으로 떠올랐다. 그 뒤 로버트는 동생인 피터와의 의견 대립으로 66년 별도의 와이너리인 ‘로버트 몬다비’를 설립했다.

그는 “삼촌 피터와 아버지는 인생·성격부터 와인과 여자를 보는 관점까지 뭐 하나 비슷한 게 없었다. 의견 충돌이 극에 달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형제간에 극적으로 화해했다”고 전했다. 티모시는 “얼마 전 내가 만든 컨티뉴엄 와이너리에 95세인 삼촌 피터를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함께 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로버트 몬다비는 특히 세계적 와이너리들과 합작하면서 ‘오퍼스 원(프랑스 무통로쉴드)’, ‘오르넬라이아·루체(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프레스코발디)’, ‘세냐(칠레 체드윅)’ 등의 명작을 생산해냈다. 티모시는 이 모든 과정에서 아버지와 함께 양조자로 일하며 30여 년간 와인 제조를 맡았다. 그는 “20대의 젊은 나이부터 프랑스 보르도·부르고뉴, 이탈리아의 토스카나·피에몬테 지역, 칠레 등을 돌며 세계적 양조가들과 함께 와인 작업을 하는 게 영광스러웠다”며 “특히 무통로쉴드의 양조자 세 명과 함께 작업한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2004년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는 대형 주류회사인 컨스틸레이션에 매각됐다. 티모시는 “세월이 갈수록 몬다비 가문의 비전과 사업 초점이 흐려지게 됐다”며 “93년 기업을 공개하며 이사회가 단기적 실적에만 매달린 것이 매각의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좋은 와인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3대에 걸친 가문의 노하우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던 그는 결국 이듬해인 2005년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 동쪽의 프릿차드 힐에 여동생 마샤와 함께 새 와이너리를 만들었다. 이름도 가문의 유산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컨티뉴엄(계승)’으로 지었다. 묘하게도 아버지가 찰스 크룩 와이너리에서 나와 자신의 와이너리를 설립했을 때와 같은 나이인 53세 때였다.

그는 “일생 동안 아버지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들겠다’는 단 한가지였다”고 회고하면서도 “컨티뉴엄이 아버지의 뜻만 잇기 보다는 몬다비 3대의 와인 노하우를 집약하는 와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좋은 와인을 만들고, 그 스토리를 널리 알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컨티뉴엄 와인에 대해선 “프랑스 보르도 스타일의 진하고 풍부한 과일향과 장미향 등의 풍미가 복합적”이라고 소개했다. 몬다비 가문이 추구하는 힘 있고도 우아한 와인이라는 것이다. 2008년부터 2005년 빈티지를 시작으로 1500 케이스(12병들이 박스)정도의 소량만 생산하고 있다. 2007년 빈티지가 국내에 120병 수입돼 신세계·현대백화점·와인타임에서 다음달부터 판매된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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