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지목 '폭정의 전초기지' 나라에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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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콘돌리자 라이스(사진) 미 국무장관 지명자는 18일 상원 외교위 인준 청문회에서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를 지목했다. 대상은 쿠바.미얀마.북한.이란.벨로루시.짐바브웨 등 6개국이다. 라이스는 "이런 '공포사회'에 사는 모든 사람이 자유를 얻을 때까지 우리는 편히 쉴 수 없다"고 말했지만 무력으로 공격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BBC 방송이 이 6개국과 미국의 관계를 요약했다.

◆ 쿠바=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집권한 이래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다. 61년 미국의 침공이 실패로 돌아갔다. 부시가 재선되고 이틀 뒤 국무부는 "쿠바 정권이 평화로운 변화와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모든 정치범을 풀어주고 억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쿠바 공산당 청년기관지 후벤투드 레벨데는 부시를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 지칭하고 그의 취임식을 '황제 대관식'에 비유했다.

◆ 미얀마=군부 독재 정권이 40년 이상 통치하고 있다. 미국은 인권 침해 등을 문제삼고 있다. 반정부 시위에서 수천명이 목숨을 잃었다.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노벨평화상 수상자 아웅산 수치 여사는 몇년째 가택연금 상태다. 그가 이끈 민주국민연맹(NLD)은 90년 선거에서 이겼지만 집권하지 못했다. 미국은 미얀마에 대해 무역과 지원을 금지하고 있다.

◆ 북한=최악의 인권 침해국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어떠한 반대도 허용되지 않는다. 90년대 중반 이후 식량 부족으로 수십만명이 굶어 죽었다. 미국은 6자회담을 통해 핵무기 포기를 종용하고 있지만 김정일은 변덕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 발행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3일 "미국은 '압제(폭정)의 전초기지'라는 새로운 주적 개념을 피력했다"면서 "이는 각 대륙과 지역에서 적당히 뽑은 것으로 미국의 세계 제패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전초 기지'라고 해야 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이란=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란은 원자력 기술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뿐이라고 한다. 테러 지원국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라이스는 "인권 유린을 자행하는 정권 아래서 이란인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카말 카라지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이 심리적 전쟁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 벨로루시=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국가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94년 이래 계속 집권하고 있다. 3선이 금지된 헌법을 지난해 10월 국민투표를 통해 개정, 영구집권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 투표 때 대규모 부정을 저질러 국내외의 저항과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21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모든 나라에 자유를 강요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석유 냄새가 밴 그런 자유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 짐바브웨=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폭력과 위협 등을 행사해 선거를 조작해왔다. 신문을 폐간하고 언론인 수십명을 체포, 구금했다. 국가원수의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를 하면 20년간 구금할 수 있게 하는 법도 통과시켰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디디무스 무타사 반부패장관은 20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짐바브웨를 공격하면 미국은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이라크에서 당한 것과 똑같이 해 주겠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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