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꿈은 비스마르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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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는 비스마르크를 닮고자 한다."

프랑스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도미니크 므와시 국제관계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21일자에 기고한 글에서 내린 평가다. 유럽 지식인들은 비판적인 시각이 강하다. 긍정적으로 보면 비스마르크는 독일을 통일한 영웅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군사력에 기초한 일방주의와 전쟁, 마키아벨리적인 외교 정책으로 세계대전의 씨앗을 뿌렸다는 비난을 받는다. 다음은 요약.

"지난해 11월 대선을 몇 주 앞두고 부시 대통령이 탐독한 책은 '놀라움과 안전, 그리고 미국의 경험'이다. 전쟁사가인 존 루이스 가디스가 비스마르크의 외교 정책을 분석한 책이다. '훌륭한 전략가는 공포심을 자극해야 할 시점, 이를 중단하고 정책의 성과를 거두는 시점을 잘 구분해 포착한다. 비스마르크는 충격.이완.불안.안정의 정책을 적절히 구사했다. 패전국.동맹국.방관자를 모두 설득해 자신이 만든 국제 질서에 끌어들였다'는 대목이 특히 부시의 눈길을 붙잡았다.

새로 취임한 부시는 제왕적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권력이 집중된 전시 총사령관 같은 대통령, 비스마르크를 본받으려는 대통령이다. 비스마르크는 조국 통일을 위해 세 차례 전쟁을 일으켰다. 강력한 군사력으로 모두 승리했다. 그는 철저히 힘의 논리에 기반한 전략으로 국제 질서를 재편했다. 불행히도 그의 정책은 제1차 세계대전이란 비극을 초래했다.

비스마르크의 정책은 오늘날 미국의 정치문화와 맞지 않다. 비스마르크의 추종자인 헨리 키신저조차 '미국은 비스마르크처럼 냉혹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과거의 미국은 너무 이상주의적이었다. 현재의 미국은 너무 이념적이어서 세상을 흑백논리로만 본다. 부시는 종교적 확신까지 갖추고 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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