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 있고, 사연 있는 연예인들 ‘케이블이 좋더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지상파에 서기 부담스러운 연예인들이 케이블TV를 통해 몸 풀기를 하고 진출하는 일이 두드러진다. 대중의 반응을 알아보는 동시에 달라진 방송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다. QTV ‘여자만세’와 SBS ETV ‘철퍼덕 하우스’를 진행하는 정선희, 스토리온 채널 ‘토크앤더시티’의 MC 이승연이 대표적이다. 이승연은 이를 바탕으로 KBS ‘스타골든벨’ 진행자로 합류한 데 이어 MBC 일일극 ‘주홍글씨’로 드라마까지 복귀했다. tvN ‘택시’의 이영자나 ‘끝장토론’을 진행하는 백지연, ‘화성인 바이러스’의 김성주는 케이블TV에서 제 색깔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여는 중이다.

지상파가 놓치거나 살려주지 못한 ‘끼’를 케이블에서 발산하는 스타도 있다. 그룹 ‘UV’의 유세윤은 Mnet의 ‘UV신드롬’ ‘비틀즈코드’를 통해 괴짜 아티스트적인 면모를 과시한다. ‘무한도전’에서 어색한 정형돈이지만, tvN ‘롤러코스터’(이하 ‘롤코’)에선 생활에서 우러나는 코믹 연기가 제 빛을 발한다. ‘롤코’ 서혜정 성우도 기존의 지적인 이미지를 벗고, 예능감 넘치는 목소리 연기력을 과시한다.

QTV ‘여자만세’는 20대~40대까지 ‘언니’들의 리얼리티 프로다. 왼쪽부터 정시아·김신영·정선희·이경실·고은미·전세홍·간미연. [QTV 제공]

케이블 초창기부터 활발했던 신인 발굴은 기존의 ‘이색 인물 찾기’가 아니라 지상파형 예비스타 길러내기로 확장됐다. ‘롤코’가 낳은 최고 스타 정가은이 대표적이다. MBC ‘일밤-우리 아버지’로 지상파에 입성하더니 최근 SBS ‘일요일이 좋다-영웅호걸’까지 이끌게 됐다. ‘헐녀’ 이해인도 MBC ‘황금물고기’에 발탁, 비중 있는 조연으로 활약 중이다.

예능감 있는 연예인들이 MC 데뷔를 하는 곳도 케이블이다. 하하와 MC몽은 Mnet에서 호흡 맞췄던 것을 기반으로 SBS ‘하하몽쇼’를 이끌고 있다. XTM 채널 ‘옴므2.0’에서 MC 자질을 검증 받은 김성수는 최근 ‘김승구의 승승장구’에 합류했다.

◆부담감은 적고 색깔은 확실=케이블이 지상파의 충전소 역할을 하는 것은, 특유의 타깃 지향적인 프로그램 때문이다. CJ미디어 송창의 제작본부장은 “케이블은 컨셉트가 명확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때문에 출연자와 색깔이 맞으면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넉넉하지 못한 현실도 한몫 한다. ‘노이즈 마케팅’이 될지라도 화제가 될 만한 인물 캐스팅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연예인들도 지상파·케이블에 대한 예전의 우열 의식을 버렸다. tvN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7시즌째 장기 활약 중인 김현숙은 “다양한 소재, 과감한 시도가 케이블의 매력”라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