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환경오염 유엔이 조사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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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용산기지 기름 오염 등 주한 미군기지 내에서 발생한 환경문제에 대해 유엔 차원의 조사가 실시된다. 이에 따라 우리 측 조사단의 접근이 어려웠던 기지 내부의 오염 실태도 공개돼 원상복구를 요구할 근거가 마련되게 됐다.

녹색연합은 15일 유엔환경계획(UNEP) 아시아·태평양지역사무소가 내년부터 아시아지역 국가에서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파괴 실태를 조사키로 결정하고 한국·일본·필리핀 등의 민간단체(NGO)에 대해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UNEP 측의 요청은 지난 9∼1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02년 아시아 시민사회 포럼'의 부대행사인 '해외 주둔 미군기지 환경문제와 인권 워크숍'에 참석한 팀 하임 아태사무소 정보담당관을 통해 이뤄졌다. 이번 조사는 유엔 산하의 환경전문기구인 UNEP에서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군사활동에 의한 환경파괴 조사' 프로그램의 일부다. 이에 따라 한국·일본·필리핀의 NGO 대표들은 내년 3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군사활동과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워크숍'에 UNEP 측을 공식 초청, 구체적인 조사방법을 논의키로 했다.

녹색연합 김타균 정책실장은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 때문에 주한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을 우리 측에서 직접 조사하는 것이 불가능해 유엔 등 국제기구가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해왔는데 이번에 처음 받아들여졌다"며 "일본 NGO 등과 함께 조사에 적극 참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용산기지 기름오염 외에 매향리 사격장·한강 독극물 방류사건·파주 스토리 사격장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유엔 측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기로 했다.

강찬수 기자

envirep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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