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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코리아텐더 '성공시대' 밀착취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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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면

닷새간을 쉰 프로농구가 14일 재개된다. 올 시즌 초반 화두는 코리아텐더 푸르미의 돌풍이었다. 코리아텐더는 프로스포츠팀 성공의 필요조건이라는 돈·스타·명감독 세 가지 중 하나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팀이다. '헝그리 투혼'이라는 말을 듣는 그들과 1박2일간 함께 지내며 돌풍의 진실을 찾아봤다.

◇돈 없어 고기도 못 먹는다?

코리아텐더의 주전 가드였던 전형수는 10월 말 모비스로 트레이드되면서 "남들 고기 먹을 때 우리는 된장국 먹으며 훈련했는데…"라는 말로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러나 코리아텐더 선수들의 식사는 넉넉한 편이다. 하루 세끼 모두 고기가 올라오고 간식도 꾸준히 제공된다. 한달 식사값으로만 7백만∼8백만원이 책정돼 있다. 삼성·KCC 등(약 1천만원)에 비하면 못하지만 선수들은 만족한다.

다만 영양사를 세명에서 양수경(48)씨 한명으로 줄였다. 양씨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지만 물가 인상분을 고려한다면 식단이 어려워진 편"이라고 했다. 회식 역시 선수들이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다. 이상윤 감독은 "특히 여수에서는 여기 저기서 사주고 싶다는 분들이 있어 원하면 언제든 회식도 가능하다"고 자랑했다.

◇떠돌이 선수단?

11일 오후 3시. 선수들은 난방도 되지 않는 경희대 수원캠퍼스 체육관에서 얼어붙은 손을 불어가며 훈련을 했다. 12일 오후에는 안양실내체육관까지 가야 했다.

6월 말 모비스에 체육관을 매각하면서 코리아텐더는 용인시 보정리에 60평짜리 아파트 한채를 세냈다. 외국인 선수 안드레 페리와 에릭 이버츠는 수원 시내 호텔에 따로 방을 잡아준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버스로 15분 거리에 있는 수지읍의 한 헬스클럽에서 선수 1인당 하루 5천원씩 내고 하고 있다. 고정 연습코트가 없어 경희대·명지대·수원실내체육관 등을 이용한다. 그것도 체육관이 빌 경우에만 이용이 가능해 전술훈련하기가 쉽지 않다. 정낙영은 "공 잡을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조금이라도 더 집중하려고 노력한다"며 열심히 공을 던졌다.

여수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34평 아파트 세채를 전세내 숙소로 사용하고 여수시의 배려로 망마경기장 내 70여평짜리 웨이트트레이닝장을 무료로 사용한다. 홈코트인 진남체육관도 난방비만 내며 이용하고 있다. 김용식 플레잉코치는 "시즌의 3분의2 이상을 보내는 여수에서는 떠돌이가 아니다"고 말했다.

◇'헝그리 정신'으로 똘똘 뭉친 팀?

황진원은 11일 오후 훈련이 끝난 후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나타났다. 황선수는 "시즌 전에 머리를 짧게 깎은 건 그냥 귀찮아서 그랬을 뿐"이라며 '삭발 투혼'으로 알려진 데 대해 무안해 했다. 변청운은 "구단은 가난하지만 선수들은 받을 연봉 다 받고 뛴다"면서 "이제 '헝그리 투혼'이란 말을 듣지 않았으면 한다"고 웃었다.

이명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경기 내내 속공을 하는 건 선수들이 대부분 젊어 체력이 좋기 때문"이라며 '체력'을 돌풍의 첫째 이유로 꼽았다.

이상윤 감독이 만든 자유스런 분위기도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된 요인이다. 11일 훈련이 끝나고 선수들은 외출했다가 오후 10시쯤 숙소에 돌아왔다. 이감독은 "연습 때 최상의 컨디션으로 나타나기만 하라"고 주문했다. 선수들은 새벽 1시까지 TV시청·컴퓨터 게임 등을 하다 잠자리에 들었다.

◇능력은 없는데 운만 좋은 감독?

이감독은 지난 1주일 동안 네번이나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도 아닌 냉장고 영업사원 출신인 그를 두고 '운 좋은 감독'이란 말이 나온다. 이감독은 "맞다. 구단이 어렵지 않았으면 어떻게 이런 기회가 왔겠느냐"고 인정했다.

작전이 단순한 속공뿐이라는 말은 이감독에 대한 가장 핵심적인 비판이다. 이감독은 두툼한 전술분석 자료를 보여주며 "비디오 하나를 보고 2∼3쪽의 분석을 해 놓는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상대팀의 주 전술 두개 이상은 알려주지 않는다"며 '단순성'을 강조했다. "강점을 살리는 것도 가장 중요한 작전 아니냐"는 말과 함께 전술훈련 시간 내내 속공훈련을 실시했다.

김동광 삼성 감독도 "작전이 단순하지만 알면서 당한다. 그것도 감독 능력이다"고 이감독을 옹호했다.

용인=문병주 기자

byungjoo@joongang.co.kr

◇주말의 프로농구

▶14일

SBS-코리아텐더(안양)

모비스-LG(울산)

SK나이츠-동양(잠실·SBS스포츠)

KCC-삼성(전주·KBS1)

SK빅스-TG(부천·경인방송·KBS스포츠)

▶15일

동양-SK빅스(대구)

LG-KCC(창원)

삼성-SK나이츠(잠실·경인방송·KBS스포츠·SBS스포츠)

TG-SBS(원주)

코리아텐더-모비스(여수·이상 오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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