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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공약 긴급점검 행정수도이전]수백년 내다볼 大役事 … 국민합의 거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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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도 건설은 백년대계

중앙대 허재완 교수는 "행정수도는 대통령후보가 단독으로 선정할 성격이 아니다"며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며, 국민투표나 국회 결의 등을 통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수도 건설에 따른 경제의 주름살도 우려된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부원장은 "도시건설은 건설 투자 효과 이외에는 확대재생산의 의미가 거의 없는 경제활동"이라며 "행정수도 건설로 인한 자재 파동 등으로 일시적 집값 오름세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막중 한양대 교수는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지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충격요법"이라고 평가했다. 崔교수는 "물리적인 비용뿐 아니라 기업·가계 등에 초래되는 총체적 사회적 비용은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배형민 서울시립대 교수는 "수도권 과밀로 인한 비용이 점점 커질 것을 고려한다면 행정수도 건설에 따른 비용은 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과밀 치유되나

행정수도가 수도권 과밀 해소에는 일단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권용우 대표는 "국회·청와대·행정부처 등 중추기관을 옮기면 그에 따라 각종 공기업이나 투자기관 등이 함께 이전할 것이므로 수도권 과밀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수 경원대 교수도 "강력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李교수는 "또 다른 과밀과 집중현상을 불러올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행정수도를 따로 두면 다른 지역은 수도권과 행정수도에 이중적으로 경제력을 빼앗기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충청권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수도권의 기능을 고루 분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수도권 경제 침체되나

경실련 權대표는 "중앙집권형인 우리나라는 미국 뉴욕·워싱턴의 역할분담과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며 "정부·기업·금융기관의 이전과 이에 따른 각종 상권의 이전 등으로 수도권의 경제 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도청 이전이 추진되면서 광주의 상권이 영향을 받고 있고, 둔산 신시가지로 시청이 이전한 뒤 대전의 구시가지 상권이 피폐한 것 등이 그 예라고 지적했다. 손세관 중앙대 교수는 "강남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집값은 큰 변동이 없는 반면 강북이나 수도권 신도시의 집값은 크게 떨어지는 등 수도권 집값은 차별적인 폭락이 일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이상진 숭실대 교수는 "기업 입지나 주거 선택은 교통·교육·문화시설 등 다양한 변수에 의존하므로 행정기능이 옮겨간다고 당장 수도권의 경제 침체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입지선정 타당한가

행정수도는 정치·경제적 필요성뿐 아니라 수자원·지형·교통 등 도시 건설과 관련해 고려돼야 할 변수가 많다. 어떤 지역이냐에 따라 도시건설 비용도 엄청나게 달라진다. 영종도 경제특구 등 각종 국토·지역계획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해 이로 인한 비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 점에서 '왜 충청권이냐'하는 문제도 쟁점이다. 국토의 균형발전이나 안보 문제에선 충청권이 최적이란 주장도 있다. 그러나 통일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안건혁 교수는 "독일이 본에서 베를린으로 수도를 이전한 것이 분단 이전의 수도 회복이라는 의미가 있듯 서울이 역사적으로 갖는 상징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신혜경 전문기자

hkshin@joongang.co.kr

행정수도 건설을 둘러싼 공방이 뜨겁다. 수도를 옮기는 게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수도권 과밀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통일에 대비해서는 어떨지 등 국민의 삶과 국가 비전에 관한 모든 요소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효과만큼 부작용이 클지도 모른다. 그만큼 지난한 일인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백년대계(百年大計)로 생각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 연구·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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