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기름값 다이어트? 뜨거워진 차, 에어컨부터 세게 트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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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푹푹 쪘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가…. 올여름 날씨가 유난히 변덕이 심하다. 이럴 때 별 생각 없이 운전하다간 기름값 지출이 예상보다 확 늘어날 수 있다. 남보다 늦은 여름 휴가를 계획하고 있거나, 주말 나들이를 떠날 생각이라면 더 신경 써야 한다. 주요 완성차 업체의 전문가와 각종 연비운전 대회 우승자에게 기름값 아끼는 비법을 들어봤다.

◆기름 먹는 하마 에어컨=여름철 기름값을 올리는 주범은 자동차 에어컨이다. 현대자동차 김광연 연비개발팀장은 “에어컨을 켜고 달리면 연료가 20% 정도 더 들어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찌는듯한 더위에 에어컨을 아예 끄기는 어렵다. 김 팀장은 “내리막길에서 에어컨을 틀어 차 안을 시원하게 한 뒤 엔진 부하가 큰 오르막에선 잠시 꺼두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옥외주차장에 차를 세웠을 때도 신경을 써야 한다. 직사광선을 오래 받으면 차 안이 뜨거워져 에어컨 사용이 늘게 된다. 물론 그늘 주차가 가장 좋지만 항상 가능한 건 아니다. 르노삼성자동차 정신섭 차량상품성·내구성팀장은 “출발 전에 자동차 문을 몇 차례 열고 닫으면 내부의 더운 공기가 빠져나가 온도가 어느 정도 내려간다”고 말했다. 그는 “기름을 아낀다고 처음부터 에어컨을 약하게 틀기보다는 일단 창문을 열고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 더운 공기를 몰아낸 다음 풍량을 줄이는 편이 좋다”고 덧붙였다. 정 팀장은 또 “시속 60㎞ 이상으로 달릴 때에는 창문을 여는 것보다 에어컨을 켜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고속주행 때 창문을 열면 공기 저항이 커져 기름 소모가 늘기 때문이다.

◆양보운전이 기름도 아껴=타이어의 공기압이 낮아져도 기름이 더 든다. GM대우 기술지원2팀 이종범 직장은 “타이어가 찌그러지면서 저항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량 정비도 매우 중요하다. 그는 “엔진 오일을 제때 안 갈면 윤활작용을 제대로 못해 동력을 낭비하게 된다”며 “엔진에 들어가는 공기를 걸러주는 에어클리너가 더러워져도 연료 소모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비 불량인 차는 최악의 경우 50% 이상 연료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 빗길에선 속도를 줄이는 게 연비에도 도움이 된다.

연비운전 대회 우승자들은 “안전·양보 운전을 하면 기름값도 아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6월 환경부·자동차시민연합이 개최한 ‘친환경 운전왕’ 대회에서 우승한 윤재선(26)씨는 “다른 차의 끼어들기를 막겠다고 앞차 꽁무니에 차를 바짝 붙이면 급제동·급가속이 늘어나 기름을 더 쓰게 된다”고 말했다. 프랑스 푸조의 한국 수입사인 한불모터스가 주최한 ‘연비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박진하(36)씨는 “앞차와 차간 거리를 유지하고, 가능한 한 차선 변경을 줄이는 게 기름값을 아끼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여름철 기름값 줄이려면

① 효율적인 에어컨 사용
-가능한 한 그늘 주차. 어려울 땐 햇빛 가리개 사용
-출발 전 몇 차례 차 문 여닫아 더운 공기 빼내기
-처음에 창문 열고 강하게 튼 다음 풍량 낮춰야
-시속 60㎞ 이상 땐 창문 열기보단 에어컨 사용
-오르막길에서 잠시 끄면 도움

② 정비는 철저히
-타이어 공기압 점검 필수
- 엔진 오일·에어클리너·점화플러그·산소센서 등
정기 점검

③ 친환경 운전 수칙 준수
-경제속도(시속 60~80㎞) 준수 및 정속 주행
- 출발은 천천히. 공회전은 금물. 트렁크 속은 가
볍게
-급제동·급가속 피하기. 양보운전 생활화

자료: 자동차 업계, 환경부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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