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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회로 TV 증언 제도 도입 성범죄 재판때 피해여성 보호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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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성폭력 재판 때 여성보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

세계 인권의 날 54주년을 맞아 서울대 공익인권법연구센터(단장 鄭寅燮)가 10일 '형사 절차에 있어서의 취약집단 보호'라는 주제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이 대학 법대 조국(曺國) 교수는 이같이 밝혔다.

曺교수는 이날 '형사절차에서 성폭력 범죄 피해여성의 처지와 보호 방안'에 관한 주제발표를 통해 "재판 과정에서 피해여성이 법정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폐쇄회로TV 중계를 통해 증언하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 범죄 피해 여성에게는 재판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폭력 행위"라고 전제한 뒤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 편하게 진술할 수 있게 하고 이를 법정에 중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수록돼 있는 영상물을 진술조서와 같이 진정성이 인정되면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 여성에 대한 법원 증인 신문 과정에서 성 이력이나 성향에 대한 질문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 여성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기 위해 흔히 물어보는 "성 경험 여부는", "성 범죄를 당할 당시의 기분은" 등의 질문은 여성들에게 모멸감과 수치심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학술대회는 전태일 평전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의 저자로 경기도 부천서 성고문 사건을 비롯한 각종 시국사건의 변론을 맡아 활동하다 폐암으로 사망한 조영래(趙英來·1947∼91) 변호사의 추모 행사로 마련됐다.

한편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朴在承)는 이날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고(故) 이병린(李丙隣·1911∼86) 변호사의 흉상 제막식을 열고 4·19와 5·16, 신군부 독재 시기에 민주주의와 인권옹호에 앞장선 고인의 뜻을 기렸다.

李변호사는 1940년 법조계에 입문해 46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69년 3선 개헌 반대 호헌선언문을 발표했으며, 74년에는 군부 독재를 비판한 '오적(五賊)'을 공표한 뒤 구속된 시인 김지하(金芝河)씨의 변론을 맡기도 했다.

그는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각각 두번 지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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