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盃 또 韓 · 中 대결? 후야오위, 가토 꺾어 … 日 요다만 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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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바둑이 '늙은 사자'라면 중국바둑은 '비상하는 독수리'에 비유할 수 있다. 한국은 물론 '세계바둑의 제왕'이다.

이들 3국이 각 5명의 대표를 내세워 격돌하고 있는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중국과 일본은 올해는 기필코 한국의 독주를 막고 단체전 첫 우승을 이룬다는 각오로 황금멤버를 총동원시켰지만 지난달 베이징(北京)의 1라운드는 이들을 경악과 실망으로 몰아넣었다.

한국의 선봉 박영훈3단이 4연승의 파죽지세로 이들의 기를 꺾어버린 것이다. 게임은 끝난듯 보였다. 우승의 향배보다 박영훈의 연승행진이 새로운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그러나 23-28일까지 부산의 호텔 농심에서 열린 2라운드에서 중국과 일본이 대반격의 포문을 열었다.늙은 사자는 아직 살아있었고 독수리의 날개는 훨씬 위협적이었다.

23일 중국의 3장 쿵제(孔杰)7단이 중반 강습을 성공시키며 박영훈3단을 강판시켰다. 24일엔 일본의 3장으로 나선 왕년의 일인자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9단이 예상을 뒤엎고 쿵제7단을 격파했다. 50세의 노장 고바야시9단은 25일 한국의 윤현석7단마저 흑불계로 꺾어 2연승을 거뒀다.

26일엔 중국의 촉망받는 신예이자 삼성화재배 세계오픈 4강에 올랐던 후야오위(胡耀宇)7단이 고바야시9단의 연승을 저지했다. 이어서 27일 후야오위는 한국의 3장 김승준7단을 불계로 꺾더니 28일에도 일본의 가토 마사오(加藤正夫)9단을 2집반차로 눌러 내리 3연승을 거뒀다.

이제 일본은 단 한명 남았고 중국과 한국은 각 두명이 남았다. 중국은 후야오위와 뤄시허(羅洗河)9단, 한국은 조훈현9단과 이창호9단 두 에이스가 남은 것이다. 이들 사제는 과거 진로배 시절부터 번갈아 막판 수문장을 맡아 한국의 단체전 10연속 우승을 일궈낸 주인공들이다. 그러므로 아직 한국의 우승을 의심하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숫자만 따진다면 '게임은 이제부터'가 됐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 강한 집념을 보이며 기성 왕리청(王立誠)9단, 명인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 본인방 가토 마사오9단, 전 일인자 고바야시9단, NEC배 우승자 장쉬(張)7단 등 랭킹1~5위를 거의 그대로 선발해 내보냈다. 하지만 이제 생존자는 요다 뿐이다.

중국은 선발대회에서 창하오(常昊)9단과 뤄시허9단 외에 쿵제7단, 후야오위7단, 구리(古力)7단 등 상승세의 '신예3강'이 고스란히 포함되자 내심 한국을 꺾을 절호의 기회라며 쾌재를 불렀다.

이들 3명이 모두 이창호9단을 이겨본 전력이 있으며 특히 후야오위가 이창호에게 2전2승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중국은 후야오위를 '이창호 상대용'으로 아끼다가 전방이 무너지자 할 수 없이 투입했고 후야오위는 기대에 걸맞게 3연승으로 중국을 살려냈다. 내년 1월20일부터 상하이(上海)에서 열릴 최종라운드는 한국과 중국의 정면대결이 볼 만할 것 같다.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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