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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동물의 왕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5면

'동물의 왕국'으로 대표되는 아프리카 자연 다큐멘터리는 영국 BBC·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몇몇 방송사의 전유물이다. 막대한 제작비와 고도의 노하우를 필요로 하기에 경험이 부족한 방송사가 쉽게 진입할 수 없는 분야다. 그런데 올해 초 MBC에서 작은 도발이 시작했다.

"정서가 다른 데도 언제까지 우리 아이들이 외국 다큐멘터리만 보고 자라나게 할 겁니까? 제가 잘 만들어 볼테니 기회를 주십시오."

'어미새의 사랑''야생벌이 산사에 깃든 까닭' 등 자연 다큐멘터리로 각종 상을 휩쓸었던 MBC 시사제작국 최삼규(45)PD의 도전장은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한국 방송사상 최초로 아프리카 야생의 삶을 담는 작업이 시작됐다.

제작진은 지난 2월 말∼4월 중순, 5월 말∼7월 말, 8월 말∼10월 중순 이렇게 세차례에 걸쳐 아프리카행 비행기를 탔다. 목표 지점은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기로 유명한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이었다.

MBC가 12월 1일(밤 10시35분)과 8일(밤 11시30분) 방송하는 '야생의 초원, 세렝게티'는 이렇게 2백일에 가깝도록 열사의 대지에서 펼쳐진 땀의 기록이다. 구성은 3부로 나뉜다. 1일 방송하는 1부 '초원의 승부사들'편에서는 굶주림과 질병, 다른 육식동물들과의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자 가족의 일상을 담았다. '동물의 제왕'이라는 칭호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특히 제작진은 하이에나가 사자 새끼를 물어 죽이는 희귀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잠재적인 경쟁자의 새끼는 제거한다는 맹수들의 심리 법칙을 확인한 셈이다.

같은 날 방송되는 2부 '위대한 이동'편은 세렝게티 평원에 막 건기가 시작될 무렵이 되면 벌어지는 지상 최대의 동물 대이동을 보여준다. 이어 8일 방송되는 '2백일의 기록'편은 촬영 뒷얘기를 모은 내용이다.

제작진은 아프리카에 머무는 동안 하루 14시간 동안 평균 2백㎞를 주파하는 강행군을 했다. 악어가 누우떼를 사냥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보름 동안 위장막을 설치해 잠복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도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모든 장면을 고화질(HD)TV용으로 촬영했다.

최삼규 PD는 "국립공원 관계자들이 이런 독종들은 처음 봤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이를 악물고 촬영을 했다"며 "광활한 아프리카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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