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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 포럼

인터넷의 공습, 오히려 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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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7일부터는 인터넷이나 MP3 플레이어에서 무료로 음악을 즐기는 게 어려워졌다. 돈을 내고 산 음악 파일이 아니면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 등에 음악을 올렸다가는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된 탓이다.

개인들이 인터넷에 올렸던 음악 파일을 삭제하느라 소란스럽다. '전 시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드는 비현실적 행위'라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이번 법 개정은 그동안 공짜 음악 파일들이 인터넷에 널려있어 음악 저작권자(음반사.가수.연주자 등)의 이익이 크게 손상받아온 점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이 일은 인터넷과 디지털의 기존 세상에 대한 '공습'의 여파다. 음악 저작권자들은 그동안 인터넷상 무료 음악 파일의 범람으로 큰 손해를 봐온 것이 사실이다.

초고속 통신망이 발달한 한국에선 이제 음악을 인터넷이나 MP3로 듣는 인구가 많다. 몇 년 전만 해도 스타 가수가 신곡을 내면 200만장 안팎의 CD 음반이 팔렸지만 지난해는 20만장을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3~4년 전 연간 4000억원대이던 음반 시장은 지난해 1100억원대로 추락했다. 그에 반해 온라인 음악시장은 지난해 6000억원대로 커졌다. 감성적인 한국인들은 휴대전화 벨소리에도 연결 음악 넣기를 좋아한다. 이 벨소리 시장(2100억원대)만 해도 음반시장의 두배나 되는, 지구상 초유의 일이 생겼다.

외국이 놀라는 이 한국발 음악 유통 혁명은 서서히 각국으로 번져나갈 것이다.

이 해일 앞에 최대 음반 매장인 '뮤직랜드'가 지난해 문을 닫았다. 또 국내 마지막 LP 레코드 공장인 추억의 서라벌 레코드도 사업을 접었다. 길가의 음반 가게들이 확 줄어든 것은 물론이다. 이 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동통신사들이 음악 공급시장에 진출했다.

온라인(인터넷과 디지털)이 현실 세상(오프라인)의 곳곳을 차지하는 '무서운'혁명이 한국에서 가장 급격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선 1년만 한눈을 팔면 세상의 어떤 부분, 어떤 직업이 없어질지 알 수 없다. 폭탄이 곳곳에 떨어지고 있다. 이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분은 생존이 어렵다.

일용직의 인력시장이 거의 사라진 것도 온라인의 힘이다. '노가다넷'등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해결되니 인력시장에 나올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라질 비즈니스 공간들이 앞으로 줄을 이을 전망이다.

구인구직도 몸으로 뛰어다니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중심축이 이미 바뀌었다. 인터넷 취업 사이트 수백개가 성황 중이다. 지난해 10월의 경우 취업 사이트를 찾은 사람이 700만명이나 됐다. 각종 정보도 놀랄 만큼 풍부하고 체계적이다. 1 대 1 온라인 상담도 해준다.

만화시장도 잠시 들여다보자. 만화를 사서 보지 않고 빌려서 보는 시스템 때문에 많은 만화가들이 월 수십만원대의 수입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에 퍼 날라진 공짜 만화는 큰 타격이었다. 만화잡지는 몇 개 안 남고 없어졌다. 신인들은 만화책 출판이 어렵다.

일부 만화가들은 그래서 인터넷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인터넷 전문 만화가들이 등장했고 포털 사이트들도 만화 코너를 본격화했다. 인터넷 만화가 강풀의 경우 대표작인 '순정만화'가 6000만 페이지뷰를 기록할 정도로 성공했고 만화 강국 일본에 1억원을 받고 팔기도 했다.

이제 국민 각자가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인터넷이 어떤 공습을 하고 있는지 정신 바짝 차리며 대응해야 한다. 각 분야 종사자들이 해당 분야 인터넷의 흐름에 올라타, 활용하고 극복해 내면 한국의 국력은 쭉쭉 뻗어나갈 것이다. 다들 수출 모델이다. 위기라기보단 기회다.

김일 디지털 담당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