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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손짓하는 晩秋 정취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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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온 산하를 울긋불긋 물들였던 단풍도 시들어가고 이제 자연은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다. 떠나가는 가을을 아쉬워하기 전에 갈대와 낙엽이 손짓하는 막바지 늦가을 정취 속으로 빠져들어 보자. 한 자락 남은 만추(晩秋)의 낭만을 만끽하기에 좋은 여행지가 어디 없을까.

◇순천만 갈대밭(전남 순천시 대대동)=순천시내를 관통하는 동천과 이사천의 합류 지점부터 대대 포구를 지나 순천만 바다에 이르는 드넓은 갈대밭. 면적이 약 5㎢나 되는 순천만 갈대밭은 11월부터 초겨울까지 솜털 같은 하얀 이삭이 만발해 색다른 정취를 안겨준다. 바람결에 파도처럼 일렁이는 갈대의 물결을 마주하노라면 나그네 가슴도 덩달아 일렁이는 듯하다.

경치도 경치려니와 순천만 갈대밭은 생태학적으로도 소중하다. 이만한 넓이의 갈대밭은 70만∼80만 명의 인구가 배출하는 오염 물질을 정화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니 한마디로 '자연의 콩팥'이라고 할 만하다. 이곳은 1백여 종의 희귀 조류가 서식하는 철새들의 낙원이기도 하다.

# 여행 메모

순천시내에서 벌교 방면 국도를 달리다가 순천 청암대 앞에서 좌회전, 지방도로를 타고 5분 남짓 달린 뒤에 서편 마을에서 왼쪽 샛길로 들어선다. 순천시내에서 서편 마을로 가는 시내버스 운행. 포구 인근의 장어구이 전문식당들은 맛과 전통을 자랑한다. 숙박업소는 없으므로 순천시내의 시설을 이용한다.

◇두륜산 대둔사(전남 해남군 삼산면 구림리)=두륜산(7백3m)은 기암괴봉이 즐비하고 숲이 울창한데다 정상에 오르면 다도해가 한눈에 펼쳐져 사시사철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는다. 두륜산 기슭의 대둔사는 백제 또는 신라 때 세워졌다고 전해지지만 창건 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며 서산대사의 유언에 따라 그의 유물을 보관한 곳으로 유명하다.

대둔사 진입로는 '조용히 사색하며 걷고 싶은 길'전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지만 특히 늦가을 정취가 빼어나다. 주차장에서 대둔사까지 3㎞ 남짓한 길 가운데 약 1.5㎞에 걸쳐 황홀한 단풍 터널이 드리우는 것이다. 이곳 단풍 숲은 전국 명산 중에 가장 늦게 물든다는 점이 특징이다.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보통 11월 중순까지도 오색 영롱한 빛깔을 반짝인다.

# 여행 메모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교차로에서 해남을 거쳐 대둔사로 들어온다. 해남에서 대둔사 입구까지 시내버스 수시 운행. 대둔사 입구에는 장급 여관이 여럿 있고 진입로변에는 영화 서편제 촬영으로 유명해진 한옥 여관인 유선여관이 있다. 식당촌에서는 다양한 향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공순영릉(경기도 파주시 조리면 봉일천4리)=사적 205호로 지정된 공순영릉은 조선 예종의 원비인 장순왕후를 모신 공릉, 성종의 원비인 공혜왕후를 모신 순릉, 영조의 맏아들인 진종과 그의 비 효순왕후를 모신 영릉을 통틀어 일컫는다. 공순영릉은 꽃 피는 봄과 녹음 짙은 여름도 좋지만 낙엽이 수북하게 깔린 늦가을 풍치가 단연 돋보인다. 잣나무, 밤나무, 참나무 등 경내를 뒤덮은 울창한 활엽수의 잎새들이 찬바람과 함께 우수수 떨어져 쌓이는 까닭이다. 그러나 의외로 이곳을 찾는 가을 나그네는 별로 없다. 서울 근교에 이처럼 호젓하고 운치 있는 자연 공간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 연인 또는 가족과 함께 깊어 가는 만추를 음미하기에 더없이 알맞은 곳이다.

# 여행 메모

구파발 3거리에서 통일로를 따라 16㎞쯤 달리다가 우회전해 8백m 남짓 들어가면 공순영릉 주차장이다. 광화문, 미도파, 서울역 등지에서 문산 방면 좌석버스를 타고 공순영릉 입구에서 내려 10분 남짓 걸어도 된다.

도움말·사진=신성순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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