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침책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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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나타나엘이여, 이제는 나의 책을 던져버려라. 거기에 구속되지 말고 너 자신을 해방시켜라. 나에게서 떠나라. …그대의 진리가 어느 다른 사람에 의하여 발견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말라. 무엇보다도 그런 생각을 부끄럽게 여겨라. 만약에 내가 그대의 양식을 찾아준다면, 그대는 그것을 먹고 싶은 식욕을 잃고 말 것이다.

『지상의 양식』(앙드레 지드의 산문시)

19세기 말에 출간된 이 책이 21세기 초인 오늘날에도 유효한 것은, 20세기 초반의 유럽 젊은이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물질적 안락과 정신적 공허에 빠져 있는 젊음을 흔들어 깨우기 때문입니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무애(自由無碍)와 욕망의 해방. 이는 관심과 행동의 지평을 넓혀주지만, 그러나 길을 잘못 들면 거기에는 좌절과 허무의 나락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김석희<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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