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습관이 壽命 좀먹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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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7면

21세기 인류의 천수(天壽)를 단축시키는 요인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30일 세계 건강 보고서(World Health Report) 2002에서 잘못된 생활 습관이 타고난 수명을 어떻게 줄여가는지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표 참조>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올바른 식생활을 통한 적절한 영양공급. 보고서는 부적절한 영양섭취로 인해 인구의 3분의1이 조기 사망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성일 교수는 후진국에선 영양부족이, 선진국에선 영양과다가 원인?이라며 ?우리나라는 젊은 여성들의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결핍, 그리고 서구화된 식사로 증가하는 영양과다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칼로리 공급은 적절하다 하더라도 철분·아연·비타민A 등 소량이지만 꼭 필요한 영양소 결핍도 심각한 질병을 일으켜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일이나 야채를 덜 먹어 무기질·비타민 등 필수 영양소의 섭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떤 식단이 건강장수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서일 교수는 ?싱거운 전통 한식?이라고 말한다.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야채반찬이 많기 때문인데 주식을 잡곡으로 하면 더 좋다.

부자 나라, 빈곤한 나라를 가리지 않고 조기 사망의 흔한 원인은 고혈압·고지혈증·흡연이 차지했다.

서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30세 이상 고혈압 환자 유병률이 남성은 30%, 여성은 25%에 달한다고 밝힌다. 또한 점차 보편화되는 서구화된 식단은 고지혈증 환자를 양산하고 있는 현실이다.

불에 직접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유념해야 할 사항은 요리할 때 나오는 실내 공기 오염이다. 실제 이 유해가스는 여성의 폐암·폐기종·어린이 폐렴 등을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밝혀졌다.

?조성일 교수는 ?가스불보다 연탄·숯불·나무 등 고체 연료로 조리할 때 나오는 연기가 해롭다?며 ?이런 요리를 할 때는 특히 환기장치가 잘돼 있어야 하며 문을 열어놓고 조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들려준다.

자동차 수요 급증으로 활동량이 줄어드는 현대인에게 새롭게 대두된 조기 사망 원인 중 하나가 신체 활동량의 감소다.

따라서 굳이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는 경우 대중교통 이용, 무거운 물건이 없는 한 계단 이용하기, 식후 잠시 동안이라도 산책하기 등 일과 중 활동량을 늘리는 방법을 강구해 지켜야 한다.

성교육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선 안전한 성관계와 피임 교육도 강조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최두석교수는 ?국내 가임기 여성들의 피임약 사용률이 3% 정도(선진국은 30% 선)에 불과해 국내에서 한해 인공유산이 1백50만건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모성 건강을 위해 청소년기부터 철저한 피임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콘돔 사용에 대한 인식부족도 홍보가 필요한 사항이다.

한양대 의대 감염내과 배현주 교수는 ?음주문화가 만연하다보니 음주 후 별 생각없이 콘돔을 착용하지 않고 맺은 성관계로 에이즈 등 치명적인 병에 걸리는 안타까운 경우를 종종 본다며 안전한 성접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번 연구결과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는 생활습관과 조기 사망의 원인을 연관시켰다는 점이다.

조교수는 뒤집어 말하면 생활 습관이 좋으면 타고난 수명을 건강하게 누릴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일상생활에서 건강을 찾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se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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