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빙자간음 처벌은 合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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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혼인빙자간음을 처벌하도록 한 현행 형법은 합헌이란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宋寅準 재판관)는 31일 李모씨가 "혼인빙자간음죄를 규정한 형법 제304조는 자유의사에 따른 성행위를 제재하는 것으로 헌법상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엄숙한 결혼서약을 악용해 미혼여성을 유린하는 행위는 '성관계의 자유'를 넘어 상대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혼인의 순결과 미혼 여성의 정절관념이 전통적 가치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혼인빙자간음을 처벌하는 것은 국가가 정당한 재량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남녀간 성문제는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범죄적인 측면보다 도덕·윤리적 측면이 강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며 "성(性)문화가 개방적으로 바뀌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혼인빙자간음을 처벌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만큼 이 죄의 존폐 여부에 대해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결정에서 권성(權誠)·주선회(周善會)재판관은 "불순한 동기로 성행위를 했더라도 이는 도덕·윤리적 문제에 불과할 뿐 국가가 규제할 정당성이 없다"며 "이 조항은 여성이 자기 책임 하에 성관계를 결정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내포해 여성의 인격권을 침해한 만큼 위헌"이라는 소수 의견을 냈다.

李씨는 1997년 2월 2년간 사귀어온 이혼녀에게 "처와 이혼할테니 곧 결혼하자"고 속이고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기소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한편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金京一 재판관)는 이날 徐모씨 등 의사 5명이 "국가가 모든 병원에 보험진료를 하도록 강제하는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 1항(옛 의료보험법 제32조 1항)은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김원배 기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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