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Anycall프로농구> 徐-金 장대대결 "그래도 서장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10월의 마지막 밤, 키 큰 두 사나이가 잠실벌에서 처음 만났다. 31일 잠실경기에서 서장훈의 삼성 썬더스가 김주성의 TG 엑서스를 86-83으로 제쳤다. 서장훈과 김주성의 불꽃 튀는 대결에 결과는 경기 종료 5초 전까지 알 수 없었다.

서장훈은 26득점에 15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고, 김주성은 23득점·1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두 선수의 득점차가 그대로 두 팀의 점수차였다.

김주성은 패했지만 신인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대담함과 국내 농구에서 보기 힘든 블록슛 5개를 기록해 갈채를 받았다. 2쿼터 4분쯤 김주성이 허재의 패스를 받아 투핸드 슬램 덩크슛을 때리는 미국 프로농구(NBA) 같은 장면도 나왔다. 김주성을 수비했던 삼성의 브래포드는 2쿼터 4분 만에 3파울이 됐다.

서장훈은 평소와 달리 악착 같은 수비에 힘을 쏟으면서도 침착했고, 공격력은 그대로였다. '내가 최고'라는 자신감이 경기 내내 계속됐다. TG의 대형 센터 데릭 존슨(15득점·9리바운드)은 공수에서 상대도 안됐다.

4쿼터 서장훈의 3점슛과 어시스트, 자유투로 삼성이 80-77로 달아나자 김주성이 골밑슛과 자유투로 81-80으로 뒤집는 장면이 두 선수 대결의 하이라이트였다.

경기는 종료 34초 전 터진 삼성 김희선의 3점슛과 종료 5초 전 TG 존슨의 동점 자유투 실패로 결정이 났다.

김주성은 "좋은 경험이었고 우리의 수비를 깨는 서장훈 형의 모습은 훌륭했다. 그러나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서장훈은 "그동안 프로농구에서 활약한 나를 신인 김주성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김주성의 상대는 내가 아니라 외국인 센터들이다. 몸을 더 불려 용병들에게 이기라는 충고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성호준·문병주 기자

karis@joongang. co. 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