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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기자회가 밝힌'한국 언론자유 39위'-"세무조사 의도 의심스러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가 지난 24일 단체 창설 이후 처음으로 '세계 언론자유 지표'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서 한국은 39위로 칠레·남아프리카공화국뿐 아니라 불가리아보다도 한 단계 낮았다. 북한은 중국·미얀마·부탄에도 밀려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단체는 한국의 언론 자유에 관해 "3명의 신문 사주가 구속됐고,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들에 대해 특별 조사를 벌여 정부의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에 우호적인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월간지 자주민보의 기자 3명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한 것은 언론자유의 침해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의 후광을 입고 2001년 1월 언론 개혁을 선언했다"면서 "이것은 중앙일보·조선일보·동아일보 등 메이저 신문사들을 파괴하기 위해 디자인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단체는 북한에 대해서는 "스탈린식의 김정일 정권은 2000년의 남북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외부로부터 독립적인 정보를 얻는 기회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면서 "북한 언론은 오직 김정일 정권을 위해 선전하고 선동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국 기자들이 북한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언론 자유도 1위는 핀란드·노르웨이·네덜란드 등 북유럽 4개국이 공동으로 차지했다. 이 국가들은 언론자유를 철저히 보장할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언론 자유까지 적극 옹호했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이탈리아가 중남미의 코스타리카나 아프리카의 베냉보다 낮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경우 9·11 테러 이후 기자들이 취재원을 밝히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투옥된 사례가 있었을 뿐 아니라 보안규정을 지키지 않아 체포된 기자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자유도 어떻게 산출했나=2001년 9월에서 2002년 10월까지 각국 기자와 해당국에 상주하는 외국 특파원·학자·법률가 등을 대상으로 50개 항목의 질문지를 돌려 그 결과를 수치화했다.

질문 항목은 기자에 대한 살해와 투옥, 육체적 가해, 매체 검열·압류·수색·압력, 취재와 보도 방해 등으로 이뤄져 있다.

또 언론관련법 위반 때의 처벌 형태, 미디어에 대한 국가의 독점 상황, 언론에 대한 통제기구의 존재 유무와 형태, 언론의 법적 환경 등도 포함됐고, 인터넷 미디어의 자유로운 이용에 대한 상황도 평가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충분히 자료를 입수한 후 그 자료가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될 때만 채택했다"고 밝혔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국경없는 기자회란=1985년 6월 프랑스의 라디오 기자였던 로베르 메나르가 창립했다. 구속된 언론인의 석방 운동을 펼치고 언론자유를 위해 활동하는 기자들을 후원한다. 독일·스페인·스웨덴·프랑스 여섯 곳에 지부를 두고, 80여개 국에서 회원이 가입돼 있다. 또 이들 국가에서 1백여명의 통신원이 일하고 있다. 웹 사이트 주소는 www. rsf. 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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