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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화학무기금지 기구 "러시아 怪가스 조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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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독가스를 이용한 모스크바 인질극 과잉진압 논란이 빚어진 가운데 러시아 당국은 28일 "진압과정에서 사용한 가스는 환자 마취용 의료가스의 일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서방의 독극물 전문가들은 러시아 의료진의 처방 내용을 바탕으로 "아편 종류의 물질"이라고 주장하는 등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28일 "러시아 정부가 사용한 가스는 화학무기 국제협약이 금지한 물질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괴(怪)가스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OPCW는 독성물질의 생산과 사용에 대한 금지 조약을 감시하는 기구로, 회원국의 요청을 받아 특정 회원국에 대한 시설검증을 할 수 있다.

국제앰네스티(AI)도 이날 "인질 1백15명이 가스중독으로 사망한 상황에서 마취가스를 썼다는 러시아 측 주장은 믿기 어렵다"면서 독립적인 조사단 구성 방침을 시사했다.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 측은 인질극 진압과정에서 사용된 가스를 '오피에트'로 단정했다고 BBC방송이 28일 보도했다. 오피에트는 양귀비에서 추출되는 물질의 총칭으로, 모르핀과 헤로인의 주성분이다. 방송은 "다량 흡입할 경우 어지럼증과 구토를 동반하는 급성중독을 일으켜 급사할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CNN방송도 이날 "러시아 의료진이 헤로인과 모르핀 등 마약중독환자에게 사용하는 해독제 '나르칸'을 사용하고 있다"며 "괴가스는 마약성분과 유사한 물질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러시아의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지는 "전문가들은 문제의 가스가 사람이 흡입할 경우 1∼3초 내에 의식을 잃는 '콜로콜1'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러시아를 옹호하고 나섰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28일 "무장 테러리스트들이 많은 사람들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다른 방법은 없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ol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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