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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代 채소 행상 저축왕 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1t 트럭을 몰고 부인과 함께 채소 행상을 하는 50대가 저축왕이 됐다.

한기섭(52·대구시 수성구 신매동)씨는 제39회 저축의 날(29일)에 국민포장을 받는다.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오전 7시에 집을 나서 밤늦게 돌아오는 고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하루 수익금의 80%를 이튿날이면 꼬박꼬박 은행에 저축한다. 10여년 째 변함이 없다.

"처음엔 아이들을 대학까지 공부시켜야겠다는 일념으로 저축을 시작했습니다."

경북 구미가 고향인 韓씨는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90년대 초까지 20여년 간 불도저 기사로 일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라나는 것을 보면서 '이대로는 아이들을 제대로 공부시키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객지를 전전해야 했고 봉급이 넉넉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부인 김제남(45)씨가 부업으로 하던 채소 노점상을 이동 노점상으로 바꿔 金씨와 함께 뛰었다. 이 때부터 韓씨 부부의 '80% 저축 행진'이 계속됐다.

장사 준비 등으로 은행에 갈 시간이 없으면 아들(준성·24·경일대 건축과)과 딸(혜경·20·대구대 통상회계학과)에게 통장을 들려 보내곤 했다. 한씨가 매일 돈을 넣고 있는 은행 통장은 20여개에 이른다.

韓씨의 단골은행인 대구은행 신매동지점의 제갈상규 지점장은 "소비지수는 올라가고 가계 저축률은 떨어지는 추세에서 그의 억척스러운 저축열은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einba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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