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ly?] 제로칼로리 과자? 자칫하면 살 더 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Q 얼마 전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래 음료수든 과자든 제로, 또는 저칼로리 제품만 골라서 먹는다. 그런데 살은 더 찌는 것 같다.

A 제로 칼로리 또는 저칼로리라고 쓰인 음료나 과자에 칼로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식품기준법 세부 표기 기준에 따라 음료 100㎖당 열량이 4㎉ 미만이면 ‘제로 칼로리’라고 표기할 수 있다.

이런 제로 또는 저칼로리 식품은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 대신 인공 감미료인 ‘아스파탐’을 첨가한다. 아스파탐의 열량은 g당 4㎉로 설탕과 같지만 설탕의 200분의 1만 넣어도 단맛을 내므로 식품의 전체 칼로리가 줄어든다.

하지만 이런 제로 칼로리나 저칼로리 음식을 먹으면 오히려 살이 더 찔 수 있다. 인공 감미료를 먹으면 혀로는 단맛을 느끼지만 몸에는 단맛을 느낀 만큼의 당분이 들어오지 않는다.

순천향대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는 “우리 몸은 혀를 통해 뇌에서 느낀 단맛을 기준으로 몸에 들어올 칼로리를 예측한다. 그런데 예측한 만큼 당분이 들어오지 않으면 몸은 에너지 소비는 줄이고, 에너지 섭취는 늘리는 구조로 다시 세팅(setting)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더 찾게 되고, 몸은 칼로리 소비가 더 적어져 결국 살이 더 찌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퍼듀대 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내놨다. 한 그룹은 일반 설탕이 든 요구르트를 먹게 하고 다른 그룹은 사카린을 넣어 저칼로리로 만든 요구르트를 먹게 했다. 그 결과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저칼로리 요구르트를 먹은 쥐들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평균 몸무게가 더 많이 나갔고 체지방도 더 늘어났다.(2008년 행동신경과학저널)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황환식 교수는 “일반인이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제로 칼로리 식품을 먹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당뇨병이나 고도비만 환자의에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총칼로리 섭취를 철저히 통제하면서 제로 칼로리 식품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배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