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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자 늘어 … 한국서도 희망 싹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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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 미국의 억만장자 40명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선언하자 국내에서 감탄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한국 지도층은 왜 그러지 못할까’라고 아쉬움을 표한다. 한국 부자들이 미국 부자들의 나눔 운동을 따라가려면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한국인의 70%가 기부 경험이 있다고 하지만 일회성인 경우가 많다. 특히 고액 기부가 미미하다.

하지만 올 들어 변화가 시작됐다. 그 중심에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가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억대 기부자 모임이다. 올 1~7월 20명이 1억원 이상의 기부금을 냈거나 내겠다고 약정했다. 2007년 12월 발족해 지난해까지 회원이 15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 들어 가입자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35명의 기부금(약정액 포함)은 59억3500만원.

공동모금회 김효진 홍보실장은 “부자들도 이제는 사회를 위해 기부할 때가 됐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종전에는 ‘잘난 척하느냐’ 식의 주변 시선을 부담스러워 했으나 최근에는 ‘떳떳하게 기부하는 게 뭐가 문제냐’라며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올해 가입한 사람은 자수성가한 중소기업 대표가 많다. 한철수(58) 고려철강 대표, 김일곤(66) 대원홀딩스 회장 등이 그들이다. 김일곤 회장은 그동안 동방아동복지회 등 아동복지단체와 희귀 질환 환자 단체 등 수십 곳에 꾸준히 기부해 왔다. 2002년에는 연평해전 유족들에게 1억원을 기탁했다.

전문직이나 여성들의 기부가 눈에 띈다. 박점식(54) 천지세무법인 대표는 올 1월 가입하면서 전문직 기부의 물꼬를 텄다. 김일섭(64)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장, 김영갑(54) 법무법인 서광 대표변호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2월 1억원을 기부한 전문여행그룹 송경애(49) BT&I 대표는 억대 기부 클럽의 여성 기업인 1호가 됐다.

대기업 오너의 참여는 적다. 35명의 회원 중 대기업 오너는 최신원(58) SKC 회장뿐이다. 최 회장은 지금까지 9억3000만원을 기부했다. 전문가들은 고액 기부자를 존중하고 대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부동산·유가증권 등 비(非)현금성 기부를 어렵게 하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성식 선임기자

아너 소사이어티 올해 가입자

김백영 법무법인 삼덕 대표변호사, 김영갑 법무법인 서광 대표변호사, 김영관 그린장례식장 회장, 김일곤 대원홀딩스 회장, 김일섭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장, 류성열 유성 회장, 류종춘 전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부회장, 박상호 신태양건설 회장,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 박흥순 범진캐터링 대표, 송경애 BT&I 대표, 오청 신선설농탕 대표, 이상춘 현대강업 대표, 이순철 진영ETS 대표,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장복영 백양산업 대표, 최병부 삼정E&W 대표, 최충경 경남스틸 대표, 한철수 고려철강 대표, 황세희 보승코퍼레이션 대표

* 김영관 회장은 3억3000만원, 류성열 회장은 1억2500만원 기부. 나머지는 1억원 기부 자료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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