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감사원 고발 T-50 예산낭비 "무혐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해 감사원 고발로 수사가 시작된 공군 고등훈련기(T-50) 사업 예산 낭비 의혹 사건은 범죄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검찰이 결론내렸다.

의욕이 앞선 감사원이 항공기 사업의 관행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다 한쪽 당사자인 외국 업체를 조사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발부터 하는 바람에 검찰이 7개월 동안 헛고생을 한 셈이 됐다.

◆ "시작은 태산, 결론은 쥐꼬리"=감사원은 지난해 6월 고등훈련기 개발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 길형보(전 육군참모총장)씨와 전 공군항공사업단장 김인식(예비역 준장)씨 등 4명을 검찰에, 현역 군인 3명을 군 검찰에 각각 고발했다.

한국항공 측은 2002~2003년 고등훈련기 94대의 생산을 추진하면서 주날개 납품권을 미국의 록히드마틴사에 주기로 계약했다가 파기했다. 길씨 등은 이에 따른 보상금 1억1000만달러(나중에 8000만달러로 합의)를 허위서류 작성을 통해 국가가 부담토록 한 혐의(배임 및 허위공문서 작성 등)였다.

검찰은 피고발인 4명과 주변 인사들에 대한 계좌추적 및 압수수색, 록히드 마틴 관계자 등 30여명을 소환조사하는 등 강도 높게 조사했다. 하지만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13일 록히드 마틴사에 지급한 1차분 보상금 3000만달러에 대한 조세포탈 혐의만 인정, 길씨 등 4명과 한국항공 법인을 각각 기소유예했다.

◆ "국고 손실로 볼 수 없어"=수사의 핵심은 한국항공이 주날개 납품계약을 파기하는 대가로 록히드 마틴사에 줘야 할 보상금을 국방부가 부담키로 한 결정이 정당한 것이었는지와 이 같은 결정이 국고 손실을 초래한 배임에 해당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이었다.

감사원은 고발 당시 "한국항공 측이 록히드 마틴사의 주날개 생산단가를 대당 360만달러로 실제보다 높게 기재, 한국항공이 독자적으로 납품하면 1억1000만달러의 사업 비용이 절감된다는 내용의 허위 건의서를 국방부에 제출해 결과적으로 국고 손실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록히드 마틴사가 주날개 가격 협상 과정에서 한국항공에 280만~300만달러에 공급할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한 사실은 확인했다.

하지만 이는 항공기 조립시설 등 고정설비비 70만달러를 제외한 가격이었다. 고정설비비를 포함할 경우 최저 생산단가가 360만달러라는 것을 감사원 측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한국항공이 록히드 마틴사에 줄 보상금을 포함, 대당 250만달러에 주날개를 생산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럴 경우 록히드 마틴사에 비해 대당 생산원가를 110만달러가량 절감할 수 있어 1억1000만달러의 예산 절감 효과가 실제로 있다는 것이다.

조강수.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