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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 콤비' 화음 오케스트라 안부럽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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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피아노 듀오='젓가락 행진곡'처럼 피아노 한 대를 두 사람이 연주하는 경우와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각기 다른 피아노를 연주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악기수를 늘려 '피아노 오케스트라'처럼 연주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피아노 듀오를 위해 작곡된 작품 외에도 교향곡·오페라·서곡 등을 편곡해 연주한다.대표적인 레퍼토리에는 ▶브람스'헝가리 춤곡'▶인판테'안달루시아 춤곡'▶미요'스카라무슈'▶라벨'라 발스'▶드보르자크'슬라브 춤곡'▶차이코프스키'백조의 호수'(드뷔시 편곡)등이 있다.

연세대 4년에 재학 중인 피아니스트 박주희·임진아씨는 졸업 후에 유학을 함께 떠나기로 했다. 귀국 후에도 함께 연주하는 피아노 듀오로 활동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올 봄 실내악 클라스에서 만나 단짝이 된 이들은 최근 한국피아노듀오협회(회장 이방숙) 주최 콩쿠르에서 라벨의'셰에라자드'를 연주해 대상을 차지했다. 상금을 내년 1월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일본피아노듀오협회 주최 국제콩쿠르 출전 경비로 쓸 계획이다.

"왼쪽에 앉는 사람은 페달과 템포 조절을 맡아요. 피아노 한대로도 얼마든지 관현악의 다채로운 음색을 낼 수 있어 듀오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어요."(임진아)

"현악기와 피아노 3중주를 연주하기도 하지만 요즘엔 피아노 듀오를 하는 친구들이 많아졌어요. 혼자 연주할 때보다 앙상블 감각을 익힐 수 있어 좋아요."(박주희)

올해로 피아니스트 고(故)김원복씨가 제자 강운경씨와 국내 첫 피아노 듀오 콘서트를 한 지 30주년을 맞는다. 1989년 김씨가 제자들을 중심으로 창립한 한국피아노듀오협회는 현재 3백여명의 회원이 가입해 활동 중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이 협회 외에도 부산·광주·대구·영남·경남 등지에서 결성된 피아노듀오협회 회원을 보태면 전국적으로 약 2천명의 피아니스트들이 '2대의 피아노'또는'네 손'을 위한 무대에 서고 있는 셈이다.

『문예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열린 피아노 듀오 콘서트는 72회다. 피아노 독주회(4백56회)는 물론 바이올린(1백73회)·첼로(1백18회) 독주회보다는 공연횟수가 적지만 플루트(59회)보다는 많다.

이처럼 피아노 듀오 무대가 늘어나고 있는 까닭은 뭘까. 무엇보다 피아니스트의 공급 과잉 때문이다. 그만큼 피아노 독주회가 자주 열려 관객은 물론 연주자들도 반복되는 레퍼토리에 식상해 있다.이들에게 피아노 듀오는 레퍼토리와 무대 개척의 새로운 돌파구다.

어릴 때부터 장시간 혼자 연습하는 것에 익숙해진 피아니스트들이 동료·제자들과 함께 연주함으로써 고독감에서 다소 해방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자칫 개인주의에 빠지기 쉬운 피아니스트들이 '음악적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앙상블의 특성상 악보를 사용하기 때문에 악보를 외워야 하는 암보(暗譜)의 공포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한국피아노듀오협회 이방숙 회장(연세대 교수)은 "두 대의 피아노는 오케스트라에 맞먹는 음량을 내면서도 동질적인 악기 음색으로 섬세한 대화를 할 수 있다"며 "지난해엔 한국여성작곡가회와 공동으로 국내 작곡가들에게 창작곡도 위촉했다"고 말했다.

최근 '피아노 듀오'를 피아노과의 필수과목으로 채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송출판사가 지난해 펴낸 90권의 악보와 25장의 CD로 엮어낸 『세계 피아노 듀오 작품 대전집』이 이같은 수요를 입증한다.

30∼40대 피아니스트 8명으로 구성된 부암피아노소사이어티(리더 곽노희)는 오는 25일 베이징(北京)세기극장 무대에 선다. 또 국내에선 김영숙·박혜선 듀오의 브람스의 밤(25일 영산아트홀), 협성피아노앙상블(26일 영산아트홀), 나효선·신희주 듀오 콘서트(11월 14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한국피아노듀오협회 정기연주회(12월 2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등의 무대가 이어진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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