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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꽃동네의'슈바이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올해 '서울시민 대상'을 받는 외과의사 장순명(蔣舜明·61·서울 송파구 송파동·사진)씨는 서울대 의대 졸업 이후 34년 동안 자신의 병원을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다.

1975년 정부초청 의료사절단 모집에 자원한 그는 부인과 네살짜리 딸과 함께 우간다로 건너가 수도 캄팔라에서 4백㎞나 떨어진 오지에서 3년을 지냈다. 형편없이 부족한 의료시설과 의약품 속에서 그는 현지인들을 도와 병마(病魔)에 맞섰다.

"돈버는 기술보다 봉사에 열심이었던 의사 아버지가 힘이 됐다"는 그는 귀국 후 크고 작은 병원 다섯곳에서 월급을 받으며 근무했으나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봉사하기 위해" 94년 아예 병원을 떠났다.

그는 지금까지 8년 동안 매일 충북 음성 꽃동네의 인곡자애병원으로 출퇴근하는 상근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행려병자 등 병들고 버려진 사람들을 돕는 것이 그의 일이다. 처음에는 보건의 수준의 월급을 받았으나 올해부터는 아예 무료봉사에 나섰다.

蔣씨는 또 주말이면 복지시설인 '엠마뉴엘의 집'에서 장애인 60여명과 함께 백화점 쇼핑봉투를 풀로 붙인다. 함께 단순작업을 하면서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도 해준다. 5년 전 의대에 진학한 딸도 함께 음성 꽃동네에서 자원봉사하고 있다. 蔣씨는 "딸을 보면 내가 인생을 헛살지 않았다는 느낌"이라고 뿌듯해 했다.

시민대상 시상식은 21일 오후 3시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택시 안에서 껌을 팔아 심장병 어린이 8백여명을 도운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대표 손삼호) 등이 본상을 받는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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