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카' 매니어 클린턴|대통령때도 30년된 무스탕 몰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9면

1992년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세번째로 젊은 나이(46)에 대통령이 된 빌 클린턴은 8년 동안 연임하면서 숱한 화제를 뿌렸다.

젊은이들과 어울려 색소폰을 부는가 하면 섹스 스캔들로 부인 힐러리 여사의 속을 태우기도 했다. 퇴임 후에는 세계를 누비며 강연을 통해 평화를 외치고 미국의 위대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는 구형 차(올드카) 매니어였다. 특히 60년대 중반에 생산돼 미국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포드자동차의 무스탕을 좋아했다.

클린턴은 또 대통령이 되기 직전인 46세 생일 파티에 힐러리 여사와 함께 60년대에 유행한 옷을 입고 애마인 67년형 무스탕을 타고 나타나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이 차는 72년 의붓아버지인 제프가 클린턴의 동생 로저에게 16세 생일선물로 사 준 것을 몇년 후 동생에게서 사들인 것이다.

클린턴은 대통령이 된 후 95년 노스캐롤라이나주 살럿시에서 열린 무스탕 탄생 30주년 기념행사장에 이 차를 다시 몰고 나왔다. 생산 당시의 부품을 대부분 그대로 갖고 있던 청색 무스탕은 6기통 1백20마력의 엔진에 최고시속이 1백60㎞였다. 그는 대통령인데도 검은 방탄 리무진의 뒷좌석에 앉아 위엄을 과시하는 편은 아니었다. 자신의 무스탕을 주변 인사들에게 침이 마르도록 자랑했고 미국이 만든 이 걸작품을 추억어린 감동으로 간직하자고 역설했다.

그는 행사장에 참석한 수많은 형형색색의 무스탕 행렬을 따라 손수 운전까지 했다. 도중에 차에서 내린 그는 "내가 이런 멋진 자리에 참석해 무스탕을 운전할 기회를 가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흥분된 목소리로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운전을 마친 클린턴은 대통령 전용 방탄 리무진에 올라탔고 무스탕은 아칸소주 모릴턴시에 있는 올드카 박물관에 돌아갔다.

클린턴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듬해인 93년 전임 부시 대통령이 타던 포드사의 89년형 콘티넨털 타운카 리무진을 은퇴시키고 최신형 첨단 장비를 갖춘 캐딜락 플리트우드 브로엄 리무진으로 바꿨다.

새 대통령을 위한 최신형 리무진은 대통령 경호실의 감독 아래 GM(제너럴 모터스)의 최고 엔지니어들이 총력을 다해 만든 작품으로 '달리는 백악관'으로 불렸다.

클린턴은 임기 말 틈날 때마다 백악관 주차장에 세워 둔 개인 리무진을 세차할 정도로 차에 정성을 쏟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