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인과 여인 사이 - 기생 사진엽서·그림 특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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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기생 치마에 그린 선비의 묵란

성춘향과 이몽룡의 사랑 이야기 '춘향전'에는 기생(妓生)이었던 춘향의 어머니 월매가 갈등을 일으키는 중요 인물로 나온다. 춘향이 전직 기생의 딸이니 사또 앞에 나와 술 따르고 시중 들라는 말을 거절해 춘향이 고초를 겪는 과정이 구성지다. '청산리 벽계수야 쉬이감을 자랑마라'는 시조로 유명한 개성 기생 황진이가 여성을 속박하던 그 시대에 뛰어난 문인이자 예인으로 살 수 있었던 것도 역설적으로 기생이었기에 가능했다. 이렇듯 조선시대 신분사회의 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기생의 삶이다.

한국 여성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기생을 주제로 한 전시가 13일부터 2월 13일까지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센터 전시장에서 열린다. 우리 고전문학사에서 거의 유일하게 여성이 주체가 돼 이뤄진 기생문학을 돌아보고 그들의 음악과 춤, 그림과 복식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드문 자리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기생을 소재로 제작된 원판 사진엽서 500여 점과 한복.장신구.규방용품이 기생방에 어우러져 재현되고 기생의 생활을 주제삼은 현대미술품까지 나와 입체적인 조명을 꾀하고 있다.

평양 명기 소교여사와 죽향의 '묵죽도''묵란도', 조선후기의 한 선비가 기생의 치마폭에 친 난 그림, 권오창씨가 그린 기생의 초상화, 고증을 거쳐 한복전문가 김혜순씨가 지은 기생의 의복, 설치작가 배준성씨와 윤석남씨가 현대적으로 되살린 기생의 이미지 등이 선보인다.

특히'이미지로 떠나는 역사문화기행(www.koreanity.com) '의 이돈수 대표가 내놓은 엽서와 사진은 기생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던 기생학교, 당대 풍류객의 최고 무대였던 명월관에서 공연하는 기생의 모습 등을 담고 있어 기생문화를 증언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15일 오후 3시에는 차 시연회와 가야금 공연, 2월 11일 오후 2시에는 기생을 주제로 한 한복 패션쇼가 이어진다. 02-395-0330.

정재숙 기자

*** 바로잡습니다

◆ 1월 13일자 21면 '예인과 여인 사이-기생 사진엽서.그림 특별전' 기사의 그림은 먹으로 대나무를 그린'묵죽(墨竹)'이 아니라 난초를 친 '묵란(墨蘭)'이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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