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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작지만 큰감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우리 단편영화는 오래 전부터 해외 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으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원활치 못한 배급 사정으로 이들 작품을 감상할 기회가 흔치 않았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실험 정신을 잃지 않은 젊은 작가들, 진솔하게 파고드는 단편영화의 성가를 확인할 수 있는 DVD 두 편을 추천한다.

'한국 단편영화 걸작선'에는 단편 영화계에선 꽤 유명한 수작 다섯편이 수록됐다. 민동현 감독의 '지우개 따먹기'는 지우개 따먹기를 통해 초등학교 교실 안의 권력 다툼, 전두환 정권 시절에 대한 비판까지 담아낸다. 그러면서도 동심과 유머를 잃지 않으며, 다양한 카메라 시점과 자연스러운 아역 연기 지도 등 단편 영화를 아마추어의 습작으로 여겨온 고정 관념을 깨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석훈의 '인류의 평화를 위해(For the Peace of All Mankind)'는 대숲에서 마주친 국군과 베트콩의 대적이라는 일촉즉발의 긴장을 일시에 날려버리는 유머가 상쾌하다. 총소리·물소리 등의 음향만 사용했을 뿐, 7분 동안 단 한마디의 대사없이 관객을 집중시킨다. 권종관의 '이발소 이씨(異氏)'는 1980년대 초 변두리 이발소 주인 이씨의 숨겨진 사연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요와 함께 찬찬히 풀어놓는다.

'한국 단편영화 걸작선'은 밤 장면 분간이 안되고 대사 전달이 명확하지 않은 우리 영화의 기술적 문제점을 극복한 깨끗한 영상과 소리로도 칭찬받을 만하다. 단편 영화를 통해 영화를 가까이 느끼고 또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제작일지 같은 서비스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묻지마 패밀리'에는 장진 감독이 기획하고 박상원·박광현·이현종이 각기 연출한 '사방에 적''내 나이키''교회 누나'가 담겨 있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영화로 극장 개봉 당시에도 단편 연작치곤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만 조폭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제목과 홍보, 그리고 월드컵 기간 중 상영된 탓에 뒷심을 받지 못한 부분도 있다.

'묻지마 패밀리'의 스페셜 피처에는 스페셜 피처에 담을 수 있는 모든 항목이 들어있다. 특히 돋보이는 것이 '내 나이키'의 스토리 보드와 영화 장면을 비교하는 코너다. 글이나 상상이 화면으로 구체화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 영화를 배우려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듯. 그밖에 감독과 배우의 인터뷰, '교회 누나'의 메이킹 필름, 포토 갤러리, 예고편이 담겨있다. 감독과 배우의 코멘터리가 관객도 익히 알 수 있는 영화 내용과 캐릭터 설명에 할애되기보다 카메라 위치·장면 설정·조명·연기 분석 등으로 전문적이고 구체적이었다면 더 좋았겠다.

DVD 칼럼니스트

oksunny@ym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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