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고교생'이 英文동화집 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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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토종 고교생이 국영문 동화집 두권을 출간했다. 주인공은 서울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중국어과 3학년 이준행(18·사진)군. 외국 거주경험이라곤 10세 때 유학 중인 치과의사 부친을 따라 미국에서 11개월 산 것이 전부라니 범상치 않다.

직접 쓰고 그림까지 그린 그의 작품은 의미가 만만치 않다. 『행복마을 사과동산』은 행복은 사회적 성공보다 더불어 사는 데 있다는 뜻을 담았고, 『강물이 되어』는 삶은 한바탕 꿈 같은 것이라며 마음의 평화를 그렸다. 친구들은 "『강물이 되어』는 우리 모습을 그린 것 같다"며 좋아한다고.

뜻이 깊은 만큼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읽으면 좋을 내용이다.

지난해 겨울부터 본격적으로 영어공부에 매달렸던 이군이 작품을 쓴 것은 올 봄 혼자 동인도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바탕이 됐다. 그는 "동화라면 어린이들만 읽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의외로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어 평소 생각을 담아 봤다"고 한다. 좋아하는 작가로는 신영복 교수와 서머싯 몸을 든다.

출판사 접촉을 하는 등 출간 준비까지 스스로 했을 정도로 당돌한 면이 있는 이군은 고교진학 후 거의 매주 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책에서 수입이 생기면 서울장애인복지회관에서 함께 봉사활동했던 친구들에게 도움될 일을 하고 싶다"며 씨익 웃었다.

앞으로 대학에서 물리학과 심리학·종교학을 배워 사회복지와 인류공존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홍안의 동화작가는 "빨리 입시가 끝나 여행도 하고, 서양화풍 배경에 동양화풍 주인공이 조화된 글도 쓰고 싶다"고 살짝 꿈을 공개했다.

글=김성희·사진=안성식 기자

jae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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