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구 130년 축적 "대학보다 더 학구적"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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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시마즈(島津)제작소는 일본의 알짜배기 첨단기술 기업이 몰려 있는 교토(京都)의 계측·분석기구 업체다. 지난해 1천9백20억엔의 매출을 올렸지만 연구개발비는 '의외로' 80억엔에 불과하다. 연간 수천억엔을 투자하는 일본의 대기업과는 비교가 안된다.

소규모 투자로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은 결코 운이나 요행이 아니다. 1백30년에 가까운 꾸준한 기초연구의 축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마즈제작소는 1875년 '과학입국'을 구호로 내건 시마즈 겐조(島津源藏)가 교육용 이화학기구 개발업체로 창업했다. 1909년 일본 최초로 의료용 X선 장치를 개발한 데 이어 47년엔 또다시 일본 최초로 전자현미경을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 후 산업용·의료용 계측 및 분석기구를 주력사업으로 사세를 키워왔다. 일본 재계에서는 '대학보다 더 학구적인 연구풍토를 지닌 기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99년부터는 그동안 축적해온 화합물 성분 분석 기술을 생명공학 분야에 응용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다나카도 바이오사업부의 라이프사이언스 부문에 소속돼 있다. 다나카의 기술을 활용한 시마즈의 질량분석기는 세계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마즈제작소는 바이오사업에서 지난해 50억엔의 매출을 올렸으나 2004년엔 2백억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yh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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