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다운'된 서울 교통시스템 깔끔한 관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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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 시내버스 단말기들이 먹통이 되는 사고가 11일 재발됐다. 지난해 7월 대중교통 개편 당시 일주일 넘게 버스 대란이란 홍역을 치른 지 불과 6개월 만이다. 서울시는 사고가 접수되자 시민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시스템 복구 때까지 곧바로 무임승차를 결정했다. 시민들이 아침 출근길에 버스 기사들과 쓸데없는 승강이를 벌이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수도 서울의 대중교통 시스템이 걸핏하면 장애를 일으켜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이 교통시스템은 1200억원이 넘는 예산에 2년 넘게 준비해온 '작품'이라고 할 만큼 서울시의 자랑이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의 단말기 오류는 시스템상 문제였지만, 이번에는 잘못 입력된 데이터가 문제"라고 해명했다. 한 신용카드 회사가 후불제 카드 이용자 정보를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과부하가 걸려 시스템이 다운됐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새 보완 시스템을 마련해 재발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 업체의 단순한 실수가 시스템 전체의 오작동을 일으켰다면, 시스템의 처리 용량에 문제가 있거나 불안정하다는 방증이다. 마음에 안 드는 하드웨어야 부숴버리면 그만이지만 소프트웨어가 잘못되면 그 피해는 광범하다. 이번에도 9개 신용카드 회사들 중 단 한 곳의 실수로 9000여대 시내버스 단말기 중 57%가 오작동하는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지난해 버스 대란 때 무임승차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액만 하루 20억원이 넘었다. 또 시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지하철 정기권 도입 등에 들어간 예산이 줄잡아 1000억원대를 넘었다. 결국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다.

잘못된 소프트웨어와 엉성한 행정이 초래하는 피해는 이처럼 막대하다. 이번 사고로 서울 시민들의 교통카드 시스템에 대한 불신 또한 더욱 커졌다. 이런 사고가 나면 시민들은 이 시스템을 믿고 카드를 사용할 수 있을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첨단시스템의 업적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보다 깔끔한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